별일없는 수요일
까리 2025/09/1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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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일 없는 수요일
- 곽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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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5-08-25
: 510
'잠시 졸다 버스정류장을 놓친 아이, 과연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까?' 라는 출판사 소개 문구를 보고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어졌다.
내가 사는 작은(?) 섬 거제도에서는 아이들이 버스 탈 일이 크게 없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학교도 있고 학원도 모여 있고 친구들도 다 같은 아파트. 그러다 큰 딸이 5학년이던 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시내를 나가서 놀겠다고 한다. 역시 차로 10분 이내 거리지만 처음 버스를 타는 상황이니 버스 타는 법도 알려 주고 모르면 꼭 물어보고 타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그렇게 한두 번 시내를 다녔던 어느 날, 늦기도 하고 피곤하고 급해서 당황했는지 시내에 내렸던 그 곳에서 귀가 버스를 탔던 것. 돌아오려면 길을 건너서 탔어야 했는데 말이다!! 집과 점점 더 멀어지던 그때 당황해서 전화하던 목소리에 나는 나대로 대뜸 화를 냈던 것 같다. 무사히 돌아왔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딸은 얘기했다. 많이 당황했고 놀랐지만 침착하려 했다고. 그런데 기사 아저씨도 화를 많이 냈고 자신의 실수에 황당해서 한참 동안은 버스 탈 일이 있을 때 계속 긴장이 됐었다고 했다. 뒤늦게 그말을 듣고 보니 당시에 제대로 헤아려 주지 못했던 내 모습에 많이 미안했고 후회도 됐다.
그래서인지 책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눈물이 쭐쭐 나왔다. 깜빡 졸았던 것 같은데 내릴 곳은 훨씬 지나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영이의 모습에서 딸의 모습을 봤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영이도 엄마의 잔소리부터 걱정한다(🥲🥲🥲).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방법을 떠올리려 애쓰는 그때 주위의 따뜻한 손길들이 은근히 펼쳐진다. 어느새 긴장이 많이 녹아내린 가영이는 자신을 돕는 사람들의 미소, 표정, 행동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 가영이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며 다정하고 포근한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지내오는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들조차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관계 속에 있다. 절친한 관계든 전혀 모르는 관계든, 관계 안에서의 나의 행동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레 받게 되는 친절하고 다정한 상황은 마음 깊숙이 묻혀 있던 힘까지 솟아나게 하는 기운이 있다. 이왕이면 다정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나의 일상에, 그리고 수시로 마주할 타인의 일상에 작은 힘이 되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영이가 무사히 지낸 '별일 없는 수요일'들이 모이고 쌓이면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들이 길러지는 것 아닐까.
무탈하게 지나온 오늘 하루도 모르고 흘려 버린 타인의 배려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 아이가 버스를 잘못 탔을 때에도 가영이가 탔던 버스의 사람들처럼 다정한 배려를 먼저 알게 되었더라면 그 후의 긴장이 절반으로 줄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어쩌면 아직 긴장하고 있을 내 예쁜 딸이랑 다시 한 번 더 읽게 될 그림책. 이왕이면 다정을 선택하고 배려를 아끼지 않기로 마음 먹게 만들어 주는 선하고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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