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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리님의 서재
  •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유미
  • 15,300원 (10%850)
  • 2025-03-28
  • : 1,210
'죽음'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 봤을까. 우린 죽음이 너무도 멀리 있다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40대에 막 들어서고 예전보다 더 가까이 다가온 죽음이라는 막연한 단어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 죽음뿐만 아니라 노화와 질병으로 수반되는 고통스럽고도, 주변에 많은 이들을 지치게 만드는 간병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다.

엄마의 질병. 유방암, 신우암, 폐암을 겪어도 꿋꿋하게 이겨낸 엄마의 뇌종양 판정. 주인공은 K 장녀로서 엄마를 간병하는 일을 떠맡는다. 주인공 역시 갓난아이를 키우며 지켜내야 하는 생활범주가 있기에 아픈 엄마를 돌보기란 녹록지 않다. 아픈 엄마 못지않게 절절하게 느껴지는 주인공의 고통스러운 '돌봄' 생활과 죄책감은 아직 겪지 않은 일이지만 충분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늙고, 질병을 앓으며, 죽어 간다는 건 고귀하고 아름다울 수 없는 현실이다. 초라하고 위태하며 달갑지 않은 현실이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돌보는 환경에 대해 집중해서 읽다가 머리가 깨이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바로 입장의 차이랄까. 난 딸이고, 엄마이기도 하지만 70을 앞둔 친정엄마를 보면 여전히 딸의 입장에서 부모님의 노후에 대해 가끔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아픈 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자식의 입장으로써만 독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양원이 갑갑하고 숨이 막혀 하루를 살더라도 제대로,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는 책 속의 엄마의 말에 가슴이 내려 앉았다.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만 했지, 아픈 사람의입장이 되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병원이나 요양원의 시스템과 제도적인 문제를 손에 꼽기도 전에 어쩌면 나부터도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나는 간호학을 전공한 의료진의 입장이기도 해서 초반 작가의 하소연을 온마음으로 공감하진 못했다. 돌보고 챙겨야 하는 '환자'가 아니라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느껴졌다는 작가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ㅠㅠ)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변명거리를 찾게 되는 마음.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결국 불편을 감수하게 되는 건 환자와 보호자이기 때문에 감정을 다하기가 쉽지 않음에서 오는 오해들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했다.

책은 아주 얇고 굉장히 읽기 쉬웠지만 고민하고 계획해야 할 많은 상황들을 내 앞에 던져 주었다. 피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어쩌면 항상 마음에 품고 자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제대로 이야기 해주지 않은 진짜 '좋은 죽음'의 의미와, 늙고 아픈 사람이더라도 주체적인 한 인간이라는 걸 잊지 않도록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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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픈 사람은 병원 침대에 누워 치료받아야 한다는 1차원적인 생각뿐,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없다. 환자이기 전에 자유를 사랑하는 한 사람인데, 아프다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욕구가 이렇게 간단히 무시되어도 될까? 아픈 사람도, 사람인데.

🔖70. 뼛속까지 무력해지고서야 서서히 깨달았다. 나는 특별히 잘난 게 아니었다. 그저 좋은 환경이에서 태어나 운이 따라줘서 잘 풀린다 착각했을 뿐. 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고서야 진짜 나라는 인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102. 원인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가장 중요한건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는거야.

🔖117.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른다.

🔖204. 삶의 질에 비해 죽음의 질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것. 대한민국의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늙고 병들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짐작이나 할까? 그나마 세상에 보이는 노인들은 운 좋게 건강한 사람들일 뿐 온갖 질환과 싸우며 죽음을 향해 가는 노인들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는 시점까지의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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