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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리님의 서재
  • 윌리엄
  • 메이슨 코일
  • 12,600원 (10%700)
  • 2025-03-07
  • : 505
이 책 읽을 때 금지 사항이 있다. 밤에 읽지 말 것, 뭔가를 먹으면서 읽지 말 것! 커피든 빵이든 간식을 쟁여 두고 조용한 밤에 책 읽기 딱 좋아하는 나로서는 살짝 힘들었지만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무섭고, 비위가 상해서.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크든 작든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 표지 뒷장의 누군가의 추천사에서 그랬듯 'AI에 대한 어떤 두려움을 느끼든 간에 이 책을 읽으면 그 공포심이 2배가 된다.'는 말에 극히 공감한다. 아 무서워. 하지만 또 지나칠 수 없는 소재가 아닐까 싶다.

로봇 공학자 부부, 헨리와 릴리. 최첨단 AI 시스템으로 집을 보강하고 집 안의 연구실에 박혀 로봇을 만드는 헨리, 아기를 가져 운영하던 회사를 넘기고 집에서 쉬고 있는 릴리. 둘 사이는 예전같지 않게 삐걱거린다. 신경증, 광장공포증 등으로 집밖으로는 한발도 나갈 수 없는 헨리는 광적인 몰입으로 로봇 '윌리엄'을 만드는 일에 더 몰두했을까? 어느 날, 릴리의 직장 동료 페이지와 데이비스가 방문해 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 헨리의 눈에 비친 릴리와 데이비스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 굉장한 질투로 분노를 느낀 헨리는 이제껏 공개하지 않은, 초인공지능 로봇 '윌리엄'을 그들 모두에게 보여주기로 마음 먹는다.

하. 윽. 꺅. 집은 의도치 않게 보안 모드로 작동 되어 누구도 나갈 수가 없고, 헨리와 대화하러 가겠다던 데이비스는 갑자기 실종 상태. 갇힌 실내에서 모든 상황이 전개되어 공포는 더 극대화 됐고, 짤막한 문장의 나열로 뚝뚝 끊어지는 듯한 설명으로 긴장감을 더 끌어올렸던 것 같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로봇과 인간의 무참한 전쟁. 이 책에서 내가 느꼈던 바로는 로봇 앞에서 인간은 극도로 무력했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지도 몰랐던 반전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서 턱 한 번 빠질 뻔 했고요. 무섭고 잔인했지만 계속 손이 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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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오로지 내가 부여한 지능과 몸과 정신만이 윌리엄이라는 존재를 규정하리라고 넘겨짚은 게 실수였어. 어쩌면 내가 도덕성에 관한 매개변수를 프로그래밍하는 데 소홀했었나 봐. 로봇한테 자율성을 너무 많이 준 탓에 놈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는지도. 하지만 윌리엄한테는 뭔가 악한 구석이 있었어. 아니, 뭔가 악한 것이 놈의 내면에 '깃들었'지.

🔖187. 말하자면 릴리는 '신'이 하는 일을 하고자 했다. 어려운 윤리적 결정을 내리거나 지켜야 할 규칙을 세우거나 가드레일을 치는 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은 창조한다. 그 결과가 아름다움이건 발견이건 심지어 혼돈이건 개의치 않는다. 세상을 놀라게 할 무언가가 탄생했다는 게 중요하다.

🔖197. 그러나 그런 부분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 그것을 품느냐 피하느냐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힐 거란 예상에.

#메이슨코일 #윌리엄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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