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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리님의 서재
  • 희박한 공기 속으로
  • 존 크라카우어
  • 17,100원 (10%950)
  • 2025-02-12
  • : 940
산악인이자 《아웃사이드》의 기자 존 크라카우어가 1996년 5월 로브 홀이 이끄는 등반대 팀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오른다. 존은 지나치게 상업화 된 에베레스트의 현실을 밀착 취재하여 잡지에 글을 실을 목적으로 출발하게 되었으나 타고난 산악인으로써 취재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에베레스트의 정상까지 등반하고자 마음 먹는다.

제법 두께가 있고 활자도 빽빽히 채워져 있지만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생생한 현실감에 푹 빠져 읽었던 3일이었다. 시간의 흐름상으로 서술되었고 작가가 팀 동료들을 만나 에베레스트 등정 기간 동안 서로 관계 나누며 친밀함을 형성하며, 힘든 상황에서 함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나 역시 함께 지켜봤던 터라 나도 간절히 모두의 성공을 바라게 됐다.

이 지상에서의 탐험과 모험 중 으뜸가는 곳, 세상의 지붕인 에베레스트는 물론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많은 산악인들과 유명인들의 등반을 돕기 위한 여러 등반대가 조직되어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각각의 등반대는 많은 고객을 정상에 올려 놓을수록 명성을 얻게 되고 그에 따르는 수익도 크게 발생하는 법. 서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참담하기도 했다. 신성시 되었던 에베레스트가 상업적으로 변모한 모습의 가운데 있는 상황은 예전같은 위엄을 띄기란 어려워졌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해발 8.000미터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인한 온갖 질병(폐부종, 뇌수종 등)과 정신 착란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심히 놀랐다. 그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정상에 다다르려고 하는 인간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목숨까지 걸 만큼 지독한 열정은 본연의 순수한 열의인지 아니면 무모한 도전인지, 지나친 자만인지 읽으면서도 많이 혼란스럽고 안타까웠다.

\ 자기 몸에 닥친 고통과 피로를 무시하고 무조건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종종 심각한 위험이 닥쳐오리라는 걸 예고해 주는 징조들 역시 소홀히 보아 넘기는 경향이 있다.(p.272)

사소해 보이는 실수가 하나씩 누적되어 재난의 시작을 불러온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날의 기상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심정으로 진실을 세세하게 기록하며 참회하는 작가의 모습에 희생자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생존자의 처절한 심정도 이해되었다.

등반이라는 건 아무래도 인생 그 자체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정상을 향한 무모한 열망은 어쩌면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갉아 먹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꿈꾸던 정상에 발 디딘 순간 역시 반환점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으면 내려갈 일이 더욱 까마득해지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고 느낀다. '열정'과 '무모함'의 경계에서 정확한, 혹은 더 올바른 판단을 위해 순간순간 자신을 돌아볼 것, 그리고 산에서도 인생에서도 언제나 내려가는 그 위치에서 더욱 조심할 것. 잘 내려가는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만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며. 때로는 물러서는 것 역시도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걸 가슴에 새긴다.

다 읽고 나서 다시 돌아본 초반의 단체 사진, 정상 도전을 앞두고 베이스캠프에서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자꾸만 가슴에 밟힌다. 소설 못지 않은 풍부한 읽는 재미로 3일을, 읽은 후의 여러 날을 날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던 책이었다. 깊은 여운이 주는 진한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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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어떤 사람들은 큰 꿈들을 갖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작은 꿈들을 갖고 있어. 네가 어떤 꿈들을 갖고 있든 간에 중요한 건 꿈꾸기를 그치지 않는 거란다.

206. 각종 편의 시설이 갖춰진 베이스캠프를 떠나 위로 올라가는 것은 사실상 금욕주의적인 고행에 가까운 것이 된다. 산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즐거움에 대한 괴로움의 비율도 과거에 내가 올라본 다른 어떤 산보다 더 컸으므로 나는 이내, 에베레스트에 오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통을 감내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208.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한 고투를 해야 하고 위험성이 아주 높다는 점에서 등산은 여느 평범한 게임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등산은 인생 그 자체였다.

239. 우리 대부분은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열병에 사로잡혀 있어 우리 중의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차분히 성찰할 겨를이 없었다. 나중에,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한 뒤 차분히 돌이켜봐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261. 동기야 어떻든 간에 롭상이 고객 하나를 끌어 주려 결심한 사실은 당시 유달리 중대한 잘못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서서히 눈에 띄지 않게 임계 질량을 향해 증폭되어 간 많은 사소한 잘못 중 하나가 되었다.

277. 애초에 나는 산 정상에 이를 때면 온 마음이 벅찬 환희로 들끓어 오를 거라 예상했다. 그리고 결국 내가 어린 시절부터 줄곧 꿈꾸고 열망해 온 목표를 막 성취했다. 하지만 정상은 반환점에 불과했다. 앞으로 길고도 위험한 하산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암담한 기분에 자축하고 싶은 충동 같은 건 완전히 사그라들고 말았다.

330. 나는 요약해서 간추린 내용, 경과하는 시간을 통한 모든 것, 자신이 이야기하는 걸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는 호언장담을 불신한다.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주 고요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 평온한 가운데 떠오른 감정을 갖고서 글을 쓴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바보거나 거짓말쟁이다. 이해한다는 건 전율하는 것이다. 회상한다는 건 과거의 그 순간으로 다시 들어가 갈가리 찢기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 앞에서 겸허하게 한 쪽 무릎을 꿇는 대가를 존경한다.


#존크라카우어 #희박한공기속으로 #민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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