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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리님의 서재
  • 마천대루
  • 천쉐
  • 16,650원 (10%920)
  • 2025-01-27
  • : 8,590
이름 그대로 하늘까지 치솟은 높이 150미터, 지상 45층 고층 아파트 '마천대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마천대루 상가에 입점해 인기를 누리던 카페의 매니저 중메이바오. 1부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녀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시선과 일상이 차례로 보여진다. 2부는 사건 후 주변인들의 진술, 3부는 범인이 밝혀지고 4부는 사건 이후 여전히 마천대루에 머무르거나 들어오고 나간 이들의 삶이 펼쳐진다.

범인이 누구냐에 치중하고 싶지 않았다던 작가의 말대로 범인에 대한 곤두선 신경을 누그러뜨리며 읽으려고 노력했다. 딱히 힘들 것도 없었던 게 다양한 군상의 인물이 등장했음에도 각각의 캐릭터나 환경에 대한 묘사가 너무 생생해 읽는 자체에 큰 재미가 있었다.

모두가 범인이 아닌 것 같았으면서 또 그 모두가 범인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전개였다. 정작 드러난 범인을 보고 나선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는데 난 누가 범인이길 바랐던 걸까. 누구나 빠져들게 만드는 미모에 상냥한 천성까지 지녔던 메이바오의 안타까운 삶이 가슴 아팠다.

인물들의 서사 속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어서 이야기뿐 아니라 흥미를 느꼈다. 누구나 자신이 보고 느끼는 대로 상대를 판단하는 모습은 사실 나조차도 깨닫지 못한 채 저지르게 되는 나쁜 선입견 중 하나인데 글로 읽게 되면 화들짝 놀라고 만다.

🔖다썬은 나 같은 환경에서 자란 여자는 항상 즐겁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마음속은 증오로 가득 차 있다. 그건 돈으로도 메울 수 없는 것이다. (p.327)

🔖그녀는 나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나처럼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모든 게 순조로워서 그녀가 짊어지고 감당해야 했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착각한 거예요. 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니,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었어요. 감당하면 되니까. 난 감당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내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p.337)

상대의 판단에 내가 이러라 저러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쩌면 가까이에서도 눈 감고 입 닫고 나 편한 대로 나의 잣대로 누군가를 정의내리고 있지는 않았나 돌이켜 보게 된다. 인간에 대한 세밀하고 농도 깊은 작가의 관찰력이 돋보였달까. 각박해지는 세상 속 같은 공간에서 어쩌면 서로의 일상을 넘나들면서도 현관문을 닫으면 각각의 세계로 단절(p.482)되는 모습이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착잡했다.

작가의 말처럼 범인에 치중하기보다 인물 하나하나에 깊은 관심을 두고 읽으면 읽는 재미 충만한 탄탄했던 소설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서로를 구원하는 사랑은 존재할 수 있는 건지 막연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안젤라 베이비가 주연을 맡아 드라마로도 성공했다고 하니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다 잡은 이야기임에도 틀림 없고. 흡입력이 좋아서 몇 페이지 보려고 앉았다가 금세 새벽 3시가 되었던 내 경험은 추가 옵션요. 자, 이제 드라마로 다시 마천대루를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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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남들 앞에선 비뚤어진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가 무방비 상태일 때 가까운 사람들은 그걸 느낄 수가 있어요. 나도 어느 정도는 그와 비슷한 부류예요. 겉으로는 아무랄데 없이 바르고 얌전해요. 부모 속 한번 안 썩이고 자랐고 학교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장래가 유명해 보이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어요. 하지만 눈만 감으면 모든 걸 내려놓고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가장 위험한 여행,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 문란한 섹스, 사치스러운 충동구매를 꿈꾸죠.

🔖320. 가끔 자신이 낯선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뭐랄까. 자신에게 여러가지 모습이 있는데 좋은 남자, 좋은 아빠, 좋은 아들, 좋은 남편이라는 얼굴에 가려져 있는 거죠. 그러다가 깊은 밤 샤워를 마치고 거울 속 초췌한 자신의 얼굴을 대할 때 문득 미소 한 점 없는 그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아요? 칼로 그은 듯 팔자 주름이 깊게 파이고 줄줄 흘러내린 얼굴이. 얼굴 속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는 느낌이죠.

🔖355. 내가 하고 싶은 건 그뿐이었어요. 그녀의 몸을 받쳐 파도 위에서 부유하게 하며 그 삶의 무게를 조금 나누어 짊어지는 것이요.

#천쉐 #마천대루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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