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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리님의 서재
  • 영숙과 제이드
  • 오윤희
  • 16,020원 (10%890)
  • 2024-11-15
  • : 3,110
먼저 별 다섯 개 박아 놓고 시작하는 리뷰_⭐️⭐️⭐️⭐️⭐️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제이드가 딸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엄마는 항상 딸인 자신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에서 벽을 치고 스스로 갇혀 사는 듯 보인다. 어느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는 엄마의 속마음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제이드. 제이드 역시 커가면서 엄마와의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느끼며 점점 멀어진다. 엄마의 죽음 뒤에 엄마의 몇 안 되는 유품을 정리하던 제이드는 엄마가 소중히 간직하던 초록색 보석이 박힌 반지 하나와 어느 흑백 사진 속 자신의 엄마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은 동양인 남자를 발견한다. 죽을 때까지 간직한 조촐한 물건 중에 속한 것이니 엄마에게 어느 의미로나 소중한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사진 속 인물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그 남자를 만나면 엄마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피해자이면서 생존자.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인생이자 어두운 시절 속에 많이도 희생 당했을 이름 모를 수많은 여자들의 인생 그 뒤에 서서 나는 많이도 울었다. 누군가의 삶이 자신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고 나서는 왠지 모를 억울함과 서러움으로 들썩이던 어깨를 멈추기가 힘들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이 아니었던 운명 앞에서도, 모진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그럼에도 꿋꿋히 살아가는' 모든 영숙의 삶을 떠올려 본다. 나라면, 나였다면...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극한 괴로움을 안겨 준 영숙의 삶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기억해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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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극한 상황에 처하면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법이니까.

🔖199. 영숙아,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그렇게 피하지만 말고 고개 들고 당당히 맞서. 주눅들 필요 없어. 우리한테는 잘못이 없으니까. 잘못은 우리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한테 있는 거야.

🔖199. 경아의 말은 나를 향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처럼 들렸다. 나는 그때 경아가 의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그녀의 자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흰 알약에, 미자 언니가 담배에 의존했던 것처럼 나락으로 떨어진 경아를 그때까지 지탱해준 것은 그녀의 강한 자존심이었다.

🔖204. 때로는 경아가 내게 해준 것만큼 내가 경아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하지만 경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게 베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듯이.

🔖228. 그냥 그곳에 있는 모두가 경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모두가 꿈을 짓밝히고 젊음을 유린당하다 쓸쓸하게 죽어간 경아일 거라고.

🔖284. 어둠에 몸을 맡긴 채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본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날들, 한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 날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때로는 한 줄기 희망이 비쳤고, 지친 내게 쉬라며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진주는 조개 속에 난 무수한 상처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인생을 할퀴고 간 수많은 상처도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면, 그건 바로 내 딸 제이드다. 제이드는 내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영롱한 빛을 발한
내 보석이었다.

#오윤희 #영숙과제이드 #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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