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번역가님이 추천해주신 동화책. 가끔 누군가의 추천으로 동화를 읽다보면 낯선 느낌이 든다. 이런 책을 내가 어렸을 때는 어떤 마음으로 읽었지? 하는 느낌. 내가 이 이야기를 어렸을 때 읽었다면 어떤 의미로 읽었을까? 하는 생각도 더불어.
이 이야기는 이타릴아의 베파냐의 전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동화라고 한다. 산타클로스의 할머니 버전?! 하지만 할머니가 마녀처럼 보일 정도로 주름도 많고, 못생겼고, 빗자루를 타고 다닌다고하니. 하지만 이 동화 속의 할머니는 빨간 스카프 두르고, 사신 앞에서도 당신이 지금은 사신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빵소를 만들기 위해, 누가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줄 팡도르를 만들기 위해. 할머니를 데리러 온 사신은 그 때마다 할머니가 입에 넣어주는 음식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절대 할머니의 말을 듣지 않겠노라 다짐하면서도 문턱을 넘어 음식의 향에 맛에 그 결심이 무너진다.이 이야기는 누군가의 마지막일까. 아니면 또다른 시작을 말하는걸까. 할머니의 레시피는 누구의 손을 타고 그 다음의 아이들에게 그 다음의 아이들에게 똑깥이 달고, 따뜻한 맛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시작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치 않을 수 없었다. 매번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엄마에게 묻는다. 할머니는 이때 뭐넣었어? 할머니꺼는 무슨 맛이였지? 오래토록 살아계실 줄 알았어서 한번도 할머니의 음식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았는데, 아이러니하게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할머니 였다.(할머니와 오래 살아서 대다수 음식을 할머니가 해주신 맛으로 기억하기에..)
삶과 죽음은 물리적으로 절대 만날 수 없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죽음을 말하면서도, 죽음을 느낄 수가 없다. 그것은 할머니이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탈리아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른 것일까. “집과 나무들은 유령처럼 희미해졌고 두 여인의 뒷모습은 솜사탕처럼 가벼워졌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팡도르를 하나 사먹어 봐야겠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