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은 읽어야지. 벽돌책. 그리고는 책장에 예쁘게만 꽃혀있는 나의 벽돌책들을 바라보며 이 책을 들었다. (저 책은 언제 읽지..하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엄!청! 놀랐다. 벽돌책이 이렇게 많다고?! 그리고 나의 벽돌책 기준은 500페이지였는데, 장강명작가님은 700페이지를 기준으로 잡으셨다고하는데도 백권이 넘는.. 물론 연재했던 내용을 묶은 것이라고는 하나 백권이 넘는 벽돌책을 읽!었!고. 읽고나서 글을 썼다는게 더 놀라웠다. 와.와.
총 7장의 주제로 분류된 벽돌책들.
이 책은 벽돌책들에 대한 서평책이 아니다. 소개의 글?! 정도. 하지만 수백 페이지의 책을 읽고 서너 페이지로 책을 소개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한번은 체험해봐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p.19
독서라는 행위에 있어 벽돌책은 얇은 책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해주고, 책을 읽는 다른 근육을 키워준다고. 나는 이말에 동의한다.
한 권을 읽었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토록 방대한 내용을 정리했다는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벽돌책이 그러한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에 번역된 대부분의 벽돌책은 번역가가 편집자가 출판사가 엄선한 것들이기에 그런 효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 덕분에 내가 몇 안되는 벽돌책을 읽으며 막연히 느꼈던 밀도 높은 충만함의 이유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첫 파트는 단연코 흥미다. 일단 재미있고, 흥미로워야 읽지. 첫 장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책은 <재난, 그 이후> 였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인해 발생했던 메모리얼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내용이다. 재난이라는 극악의 상황에서 우리가 믿었던 윤리가 어떻게 변질되어 갔는지를 두 파트로 나누어 설명하는 책이라 한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지만, 일어났고, 그 비극을 토대로 우리는 재난 프로토콜을 어떻게 가동하고 있는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우리가 어떤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니.. 궁금해지는 책이다.
두번째 파트. AI 시대. (아.. 이노므 AI.)
나는 여기서 내가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예쁘게만 꽂혀있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읽어야 할 시점이라는걸 알았다. 저자는 이 책의 추천 이유를 "인간 존재에 염증이 생기고 진보를 더는 믿을 수 없을 때 이 책은 해독제와 같습니다.p. 62" 라고 말했지만, 내가 선택한 이유는 작가님이 말한 이유에서는 아니다.
나는 다른 질문이 피어올랐다. 인간의 방대한 지식과 행위에 따른 역사를 학습하며 진화하는 AI의 최종결론도 정말 '선함'으로 향해갈까?! 인간의 손을 벗어나고 있다는 AI의 시대에 오히려 인간 본성을 다룬 벽돌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를 찾은 셈이다.
그리고 네번째 파트의 "루시퍼 이펙트"
이 책은 꽤나 유명한 교도소 실험.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부여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한 내용을 다뤘다. 뭐 실험 자체가 문제가 많았고, 굉장히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궁금했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우리를 위의 책에서 선하게도 만들지만 얼마나 악하게도 만들 수 있는지가. 알아야 피해갈 수 있고, 알아야 같은 수렁에 두번은 빠지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다섯째 파트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번역가님의 추천으로 알고 있던 책인데, 여기 소개글을 보고 더 궁금해진 책이다. 3대에 걸친 악의 기원을 쫒아 심연으로 향하는 소설이라는 글에 더 궁금해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궁금해진 책 리스트를 정리하고 보니 나는 인간의 선과 악에 관심이 많은건가. 아니면 내가 양극단을 오가는 사람인건가..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
작가님의 글솜씨로 인해 소개된 많은 벽돌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하지만, 나는 안다.. 벽돌책은 정말.. 무겁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그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읽고나면 뿌듯함이 인다는 사실도.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할 때, "나는 절대 작가님의 꼬심에 넘어가지 않을테다! 나는 절대 장바구니를 늘리지 않을테다!" 라고 다짐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어느덧 내 장바구니는 터지고 있고, 일부 품절/절판된 책들을 찾아 중고서점을 뒤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뭐 일단 리스트업한 책들부터 시작해 볼까나.
"저는 지적 지구력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일종의 '기초 정신력'이라고 봅니다. 지적 지구력이 있어야 복잡한 사유를 견딜 수 있고, 그래야 자기 자신과 주변 상황을 높은 해상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p.151
"거듭 말씀드리지만 벽돌책 독서의 의의는 과정에 있지 결론에 있지 않습니다.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고 등산의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p.339
-- 암요암요. 읽다가 멈춰도, 벽돌책이니까 다른 책 한권은 읽은 셈...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