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노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중년의 나이를 살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노년에 접어든 부모님을 보며 노년이란 어떤 의미 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10년전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만해도 나의 부모님이 노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덧 할머니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가는 부모님을 보니 “노년”에 대해 생각치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친 순간‘상호 가식의 의례적 드라마 p.58‘ 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어머니의 노년과 죽음, 그리고 그 어머니의 삶을 돌이키는 책이다. 사회학자이고 철학자인 그의 시선으로 쓰인 책은 어려울 것 같았지만 내가 외면했던 노년, 내가 뜨끔했던 노년의 모습을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부모님에 대한 나의 시선이겠지만, 머지않아 나의 모습이기도 한 노년의 모습은 프랑스나 한국이나 서글펐다.저자도 어쩔 수 없이 더이상 어머니를 집에서 돌볼 수 없었기에 요양원에 모셨다. 프랑스나 한국이나 노년을 맞은 인간에게 요양원이란 삶의 마지막 장소 였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간다는 것이 왜 부정적 의미를 갖는가”우리는 거기서 죽을 것이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어디서인지는 안다. 블라디밀르 장켈레비치는 이 라틴어의 격언을 즐겨 인용했다. 죽음은 확실하나, 시간은 불확실하다. 적어도 우리는 이렇게 적시할 수 있다. 일단 그런 시설에 들어가면 ‘장소는 확실하다‘고.“ p.60그리고 그곳은 ”동일한 상황에 놓인 다수의 개인이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바깥 사회와 단절된 채, 명확하고 세밀하게 조정된 양식의 격리된 삶을 함께 영위하는 거주와 노동의 장소“ p.116라고 말한다.어쩔 수 없음을 말하고, 어쩔수 없음을 인지하면서도, 그곳에 어머니를 모셔야만했던 저자와 가야만 했던 어머니의 간극은 나의 현재이면서 나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 사이에 있는 처음에서 말했던 ”상호 가식의 의레적 드라마“인 것.
이 사실적이고도 직설적인 저자의 글에 나는 시간이라는 상대적 시간을 생각했다. 나와 부모님의 시간.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들이 노년에 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문득 어렸을적 보아던 그들의 자신만만했던 40대의 모습으로 대한다. 왜..?“노화 과정이 종종 한 사람의 사회적 위치, 그리고 타인과 맺고 있는 모든 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노화 경험은 결코 이해될 수 없을 것” p.262이 문장은 내가 노화라는 과정에서 간과했던 것을 짚고 있었다. 신체적 노화만을 생각했었던 짧은 생각에서 노화의 과정이 가져오는 삶 전반의 변화에 대해 말이다.어렸을 적 어렸던 나를 이해했던 나의 부모님에 대해 내가 가져야 했던것은 그들의 노년을 바라보던 나의 무심한 시선이 아니라 적극적 이해와 연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는 어머니가 자신들을 키우기위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것들을 포기하고 살았는지를 돌이켜, 그녀의 죽음에서야 그녀의 삶을 돌이킨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삶 속에서 그녀가 무엇에 침묵했고 인내했는지를 생각하며, 노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결국 이것은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와도 연결된다. ”자유로 부터 도피하는 것… 중략…그들에게는 더 이상의 자유가 없다. 선택지가 없다. 그러므로 이 철학에서 늙음의자리는 없다.“p.270이 부분에서 철학적 용어가 등장해 내게는 좀 어려웠지만 나는 이 파트를 고령자라고 해서 사람이 아닌것은 아닌데, 철저하게 사회에서 배제되고 고립되어진 미래가 없는 존재로 대상화 된다라는 의미로 읽혔다. 자신의 신체 속에서 과거의 (신체적) 능력을 발휘할 수 없고, 취약성, 질병 속에 갖혀버린 존재를 사회는 고립시켜버린 것이다. 물론 과장된 의미로 들릴지 모르나, 틀딱이니 냄새가 어쩌구 하는 등의 말을 생각해보면 글쎄.
현대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에게 노화라는 것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 되어버린다면 모를까, 현재를 놓고 보면 여전히 인간에게 공평한 것은 늙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가난”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소수의 부자를 제외하고서 노년의 삶은 어쩌면 모두에게 비슷할 것이다. 내게도 닥칠 그 시간을 돌이키게 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 시간을 미리 보내고 있는 주변의 이들에 대한 나의 태도도 조금은 달라지겠지.
추천. 근데 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