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꽤나 명랑하게 읽혔는데, 이 이야기를 다 읽고서는 이토록 내용과 잘 어울리는 제목의 "명랑함"이라니 하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다.
누군가를 내가 돌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그를 위해 나은것인지 아닌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명랑“함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왜 저 단어를 생각나게 했을까. 제목때문만은 아닌듯.
이시봉이라는 개를 키우고 있는 나. 나는 타인이 보기엔 그저 주저앉아있는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나와 이시봉이 새벽 산책을 하던 중 형집행인이라 불리는 고양이 살인마를 이시봉이 쫒아 버리는 릴스가 공개되면서부터 이상한 일이 펼쳐진다.
동네에 고양이를 처형하듯 죽이는 인물이 있었고, 새벽 산책을 하던 이시봉이 막 또 한 마리의 길고양이를 죽이려던 형집행인을 쫒았다. 다행히 고양이는 살았고, 그 영상이 공개된 후 몇일 뒤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
이시봉이 그들이 찾던 프랑스 왕실에서 키우던 후에스카르 계열의 비숑프리제라나 뭐래나. 국내에 단 한마리 살아있는.
그렇게 알게된 정채민이라는 알수 없는 인물.
그렇게 찾아간 비숑프레제 전문 브리더를 양성하고 그들을 돌보는 앙시앙하우스라는 곳이고, 그들은 이시봉에게 걸맞은 예우를 하고 싶다며, 그에게 이시봉을 인계받을 구체적인 계획과 액수를 제안한다.
그들의 제안에 나는 두렵다. 이시봉이 나를 떠날까봐, 그리고 그를 보내지 못하는 마음에 나의 욕심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정말 그곳은 이시봉이 지내기에 너무나도 훌륭한 곳이였기에 그러했다.
나의 집과 달리, 나의 돌봄과는 달리.
하지만 묘하게 불편한 그들의 대화.
그리고 문득 그들 중 수의사가 말하는 한마디
”우리 대표님은 …원하는 건 다 갖고 마는 사람이에요.“ 나는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꼬인 데 없고 착하죠.“
그녀는 계속 말햇다.
“한데, 그런 사람이 정말 무섭거든요. 무구해서 무서워요.” p.287
아픈 할머니를 돌보던 어느날 어머니로부터 할머니의 위독 소식을 듣고 나는 리다에게 이시봉을 맡기고 할머니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위독하였으나 고비를 잘 넘긴 할머니를 보고 돌아온 날 집에 이시봉은 없었다. 리다가 그들에게 이시봉을 넘긴것.
이유는 분명했다. 어머니와 이시봉의 관계, 그리고 이시봉이 더 나은 곳에서 살길 원하는 마음, 그리고 이시봉에게 너무 메여있는 나를 위한 마음. 그 모든 것 상황을 이해하고도 나는 알았다. 내가 이시봉을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그렇게 다시 찾아간 곳에서 발견된 수많은 메모리얼 스톤들.
이 이야기는 어떤 자격을 뭍는 것인가?!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한?!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결국 그 사랑에 정말 자격이란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이시봉의 부모였던 카이와 루시를 돌봤던 박유정. 그리고 박유정과 정채민의 관계. 그리고 지금 정채민이 세웠던 앙시암하우스의 실체등을 보고 있으면 보여지는 자격과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생각을 감히 누군가가 판단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아버지를 잃고도 여전히 이시봉이 가장 좋아하는 것, 그가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나, 그리고 화려하게 누군가를 제대로 돌볼 수 있다고 말하며, 그를 찾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누군가. 둘중 누가 더 나은 반려인인가?! 라는 질문에 당사자 말고 누가 그 답을 할 수 있을까. 책 속 중간에 등장하는 그 비숑의 혈통을 지켜냈던 고도이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것은 사랑이였을까. 집착이였을까 싶기도 하는.
그럼에도 오래동안 함께 했던 한 생명에 대해 내가 정말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생각하지도 않는 이와 그 생각에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를 보고 있자면 아이를 앞에두고 내 아이라고 말하는 두어머니의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시봉이는 아마 계속 쭉 행복했을것.
이밖에도 이 소설은 저런 생각 외에도 이시봉이라는 인물(진짜 사람임..)의 등장,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채민과 이시봉(강아지)의 관계, 그리고 새로 드러나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작가님의 서사력에 입이 떡 벌어진달까. 어떻게 "이시봉"이라는 강아지 한마리를 두고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거지!? 이야~
추천.
”그제야 나는 와락, 무섬증이 들었다. 이시봉이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이시봉을 내가 더 사랑해서, 그래서 나는 무서웠다.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았다.“ 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