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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연월일
  • 옌롄커
  • 15,120원 (10%840)
  • 2026-05-06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묘한 책을 만났다.  이 책 연월일의 제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연/월/일" 딱 이 의미이다.


이 이야기는 홀로 남은 마을에 옥수수 한대를 키우는 센 할아버지와 장님이의 이야기이다.

"천고 이래 최악의 가뭄이 덮쳤던 그해에는 세월도 타서 재가 되어버렸다. 손으로 쓱 문지르면 세월이 재처럼 손바닥위 타버린 자리에 들러붙었다" p.15

책의 첫 문장이다. 천고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모두 마을을 떠난 그곳에 센 할아버지와 눈먼개 장님이가 남았다.

그리고 센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돌아올 마을사람들을 위해 옥수수를 기르기로 한다. 다 타버린 재같은 땅에 남은 옥수수 한대. 그는 그곳에 오줌을 누고, 쥐를 쫓는다. 장님이와 함께. 



그럼에도 잘 자라지 못하는 옥수수를 위해 마을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려 했으나, 자신의 옥수수와 자신을 노리는 늑대를 만나 대치한다. 피곤과 잠, 그리고 두려움과 싸워 그는 늑대와의 대치에서 이겼다. 그리고 물을 길어 옥수수에게 뿌려주었으나, 모든 것이 메말라 버린 그 땅에서 그와 장님이가 먹을 음식이 없었다.  오로지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냄새나고 더러운 그것 밖에 없는 상태라니. 생존을 위해 인간의 자존심마저 삼켜야했던.


이 이야기는 삶을 이어가기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보여준다.

햇빛 , 쥐, 물, 늑대, 그리고 다시 햇빛.

물리적 폭력으로써의 존재는 쥐와 늑대.

추상적 폭력은 결국 햇빛과 그가 견뎌야 할 시간이였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타자와의 싸움을 견뎌냈지만, 결국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해 질 수 밖에 없는 센 노인의 투쟁은 읽는 내내 내게 허무함을 안겼다.


그토록 가물어 마을의 재물로 바쳐진 장님이를 구한 센 할아버지. 

센 할아버지에게 지켜야할 현재는 장님이였고,

물리적인 위협앞에서 목숨을 건 투쟁으로 지켜냈던 옥수수. 그 옥수수는 그가 지켜야할 미래였던건 아닐까.

앞뒤가 똑같은 동전. 

그리고 매마른 땅에 여전히 파랬던 옥수수.

그가 지키려했던 건 결국 현재와 미래의 마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묘하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마들렌하우스호퍼의 <벽>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묘하게 비슷한듯 다른 느낌이 책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그 찰나를 위한 투쟁이였다면, 마들렌하우스호퍼의 <벽>은 오늘 하루를 살아내려는 인간의 투쟁이였고, 이 책 <연월일>은 오늘과 내일을 위한 투쟁으로 보였다. 센 노인의 옥수수는 결국 그 마을로 돌아온 이들에게 어떤 희망이 되었다. 한 명의 노인이 일곱 젊은 이를 남겼으니까.


하지만 누가 내게 당신은 이런 삶이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냐라 묻는다면, 아마도 나는 최악의 가뭄에 마을을 떠난 이들 중 한명이였다에 100%.

"살아만 있을 수 있었으면 그걸로 된거야" p.128


우화인데 왜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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