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에 읽었던 프랑스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 생각이 났다. 폴과 로제, 폴과 시몽의 미묘한 관계.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묘하게, 은주가 폴을 떠올리게 했고, 나를 대입시켜보게 했다.
첫장면은 은주의 전남친 결혼식이다. 자신과 로펌대표를 두고 양다리를 걸쳤던 남자친구는 결국 로펌대표에게 갔다. 자기보다 7살이나 많은. 그녀는 그 결혼식을 뒤엎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결혼식에서 부리는 난동이 자신이 가졌던 분노와 절망을 위로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찾아간 결혼식에서 그토록 예뻐했던 조카 아인을 외면하는 남친을 다시 확인 했을 뿐. 은주에게 지함은 오랜 연인 이상이였다. 자신의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사람이였고, 안정적인 사람이였기에 그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게 했던 인물이다.그렇게 지함의 결혼식에서 그녀가 얻은 것은 열패감뿐.그렇게 홀린듯 떠난 부산.몇년전 만난 그남자를 찾아서.홀연듯 떠났던 여행에서 만난 고결은 지함과의 연애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잠재워준 이였다.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라이브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나이트에서 일하는 그. 고결을 만나고 싶어졌다.
은주가 떠올리는 고결과의 과거 장면과 현재 고결을 찾는 시점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그녀가 고결을 찾지 못하길 바랬다. 추억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때의 기억을 그녀가 잊지 않기를 바랬으니까. 나는 왜 그랬을까? 20대의 나였다면 추억 속의 고결을 만나 은주가 참사랑을 찾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 자체가 모험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한발 더를 내딛는 모험을 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은주가 22일 저녁 7시 서울역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고결 앞에 나타나지 못한 것처럼.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갖는 의미. 순결. 순수. 처음. 고결함. 40대가 되고서 보이는 결혼식은 서로의 이익이 배경에 깔리지만, 마치 그것이 숭고의 의미로 포장된 것처럼 보인다. 가장 어두운 저면을 바닥에 깔고서 하얀 천으로 마치 깨끗함을 포장한 느낌.지함을 욕했던 그녀조차 고결에게는 은주가 지함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제목이 블랙 웨딩드레스 인건지도 모르겠다.
은주에게 또 다른 고결이 나타나고, 또 다른 지함이 나타난다면 은주는 누구 손을 잡을까.40대의 은주의 선택을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슬프네.나이를 든다는 것은 거죽만 늙는다는 것이길 바랬는데, 마음도 늙는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