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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간단후쿠
  • 김숨
  • 15,300원 (10%850)
  • 2025-09-12
  • : 2,255

나는 간단후쿠가 뭔지 몰랐다. 제목의 의미를 알고나서는 알고싶지 않아졌다. 늘 우리의 가장 고통스러운 과거를 이야기하는 김숨작가님이 아니였다면, 아마 나는 외면했을 것이다. 이 책을.하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그분들의 말씀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나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라 해야하나. 책의 말미의 추천사를 쓰신 박소란 시인에 따르면 책의 첫 문장을 읽으며 이 것은 시라 하셨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그런가?
보통의 소설은 기승전결로 이야기가 흐른다. 하지만 이 책 간단후쿠는 이야기 라기보다 열두살. 아니 엄마와 헤어지고 다른 것을 세느라 자신의 나이 세는 것을 잃어버린 한 여자아이의 나래이션이다. 간단후쿠를 입고, 간단후쿠가 되어, 간단후쿠에 누워, 나와 나의 몸을 분리시켜버린.
 죽는 것도, 살아있는 것도 무엇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요코, 나나코, 미치코 내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하루를 그저 버티는 아이의 말이다. 진짜 요코도, 나나코도, 마치코도 심지어 내 이름도 잊어버린.
스즈랑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곳을 집구석이라 말하는.
이야기의 전개가 아니라, 한 아이의 끝없는 말을 듣는 것이 이토록 고통스러울 수 있을까. 그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가 이토록 황폐할 수 있을까.읽는 내내 고통스러웠지만, 책을 덮을 수는 없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고,어디선가는 또다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 일 수 있기에 그러했다.
 “위문은 군인을 위로하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리고 돌림노래.” p.218

바늘 공장에 그릇 공장에 총알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해 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에 팔려온 아이가 주소도 모른 채 글자도 모른채 엄마에게 쓰고 싶은 편지의 마지막 한 줄이 그저 "답장은 하지 마세요" 라는 이 책의 말미에서 나는 앙 다물었던 입에서 새어나오는 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내가 이 책을 숨을 참으며 읽고있음을 알았다.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을 자세한 묘사도,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이야기의 배경을 다 제외하고도 가슴을 답답하여 내 가슴을 치게 만드는 역사라니.

이 이야기를 김숨 작가님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10년동안 듣고서야 글로 옮길 수 있었다고 한다. 10년동안.. 이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 수 있었을까. 아..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들에게 가해진 이 사실을 90년 100년동안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셨겠구나.. 그리고도 어떤 보상보다도 그들의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를 기다리시는 그 마음이 어떨지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정말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가끔은 펼쳐보게 되겠지....
그리고 또 매번 숨을 참아가며 읽게 되겠지.....

추천.
진짜 추천.

“향수병은, ’망상병‘과 함께 오곤한다. 부모님은 벌써 날 잊었을 거라는,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을 거라는 망상병이 더해지면 향수병은 약도 없는 고질병이 된다. 고질병에 걸린 나는 집에 돌아와 있는 굼을 꾼다. 나는 집에 있으면서 집에 돌아가고 싶어 애를 태우다 욺며 깨어난다. 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스즈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트럭을 타고도, 기차를 타고도 돌아갈 수 없다. 걸어서도.”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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