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이 기록된 이래 가장 평화로운 시기라고 말하는 현재 이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은 막연히 역사 책이나 뉴스에서만 알고 있는 나에게 전쟁의 민낯을 설명하는 듯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책을 꽤나 읽어보았지만 이 책은 그와는 사뭇 달리 전쟁이라는 현실을 알게 했다.
조지 오웰이 참전했던 스페인 내전 또는 혁명의 한가운데에 외국인으로 참전했던 그의 기록이 이 책 "카탈루니아 찬가"이다.  
왕정 국가였던 스페인이 공화정, 왕정, 그에 반대하는 노동자 세력의 반란 등등 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스페인 내부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결국 파시스트와 반파시스트의 대결이 분명해지던 시기 오웰이 반파시스트로 본 전쟁에 뛰어든다. 파시스트 세력의 등장은 당시 발생했던 노동 혁명을 잠시 주춤하게 만들며, 반파시스트로 연합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 내부는 각기 다른 이념 논쟁, 무엇이 선이고 후인지 등으로 계속 시끄러운 상태.
전쟁은 현실이다. 정의를 위해 뛰어들었지만, 그런 생각이나 판단을 하기보다는 그저 하루를 버텨내며 생존해야 하는 상황.
적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도 수 십년 전 모델로 동작 여부 조차 알 수 없는 수류탄과 제대로 동작하는 지조차 의문인 총, 한없이 모자란 총알에 내 목숨이 달려있다. 그렇기에 극한의 대치 상황 속에서도 상대가 그저 물러나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수 개월 동안 제대로 된 목욕은 어불성설.  썩어가는 냄새가 풍기는 옷을 입고도  하루 한끼조차 제대로 먹을 수도 없다. 먹을 물도 부족하고, 온몸에는 이가 들끓는다.
막상 국지전이 펼쳐지면 아군인지 적군인지 조차 알 수 없어 그저 총질 할 뿐. 오웰 역시 같은 편이 쏜 총알에 얼굴을 다쳤다. 그런 와중 불발 될지도 모르는 수류탄을 던지면서도 상대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게 만든다.
반파시스트라는 같은 목표 아래 함께 했지만, 결국은 내부 분열로 이어져 분명 같은 편이였던 이들에게 박해를 당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에게 이념이란 정의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했다. 
결국 조지 오웰은 그런 상황을 피해 영국으로 피신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놓인 현실은 얼마나 처참했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현대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이라는 적을 두고 싸웠던 이들이 해방 이후 각자의 이념 논쟁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겨눴던 총구. 6.25 기간 동안 함락하고, 함락 당하는 아노미상태 속에 놓였던 일반 시민들의 혼란이 왜 오버랩이 되는 것인지.
나의 주장, 나의 의견을 상대를 설득하지 못해 강요에서 폭압이 되었을 때, 그 반대를 위해 시작된 것이 전쟁이라면, 전쟁을 끝내고도 우리는 결국 누군가를 설득하지도, 설득 되지도 못했다. 수십만이 죽고도 으르렁대며 싸울 준비를 늘 하고 있고, 그 사이 어디쯤에서 일반 시민들은 한없는 피해자로 남을 뿐이다. 그럼 정치는 무얼까..
예술이 정치적이면 안된다던 사람들에게 조지 오웰은 모든 글은 정치적이라고 했다지만, 나는 이 책이 오웰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그리고 극한의 현실 속에서도 너는 흔들리지 않는 너의 신념이란 것을 지켜낼 수 있는지? 아니면, 너는 너의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판적 사고를 하고는 있는 것인지...냐고 말이다.
전쟁 전, 전쟁 그자체, 전쟁 이후.
가볍게 묘사된 장면도 있지만, 그 참상 자체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쓰여진 민낯.
물리적 전쟁은 끝났지만, 결국은 해결되지 않은 많은 이들의 이념 논쟁이 가져온 또 다른 내전.
지금은 진짜 평화로운 나날들일까?
"이 무렵 내가 만난 모두가 목에 관통상을 입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지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선뜻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예 총을 맞지 않아더라면 더 큰 행운이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