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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질긴 매듭
  • 배미주 외
  • 14,400원 (10%800)
  • 2025-09-03
  • : 2,255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계 전승" 수많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각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책이다. 왜, 이 이야기를 "질긴 매듭"이라는 제목 아래 두었을까
개인적으로 이 제목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은 "엄마의 마음" 같았다.딸을 낳아야, 나의 엄마가 산다. 내가 딸을 낳지 못하면 엄마는 죽는다. 이토록 질긴 모녀사이가 있을 수 있을까. 엄마는 딸아이만 낳으면 남편을 "먹고", 아들을 낳으면 아들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요상한 이야기는 뭘까. 아직 아이인 딸에게 자신의 생을 말하는 엄마. 이 엄마는 진짜 완의 엄마일까? 모녀라는 관계에 대한 나의 막연한 생각을 깡그리 무너지게 하는 스토리였다. 뭐지. 모녀관계라는 것은. 이 둘의 관계 속에서 엄마는 자신의 생을 위해 딸에게 기원을 말하면서도, 그 딸이 평범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와 엄마라는 위치에 대한 고민인 걸까. 저 두 관계에서 평범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엄마가 말하는 엄마의 생은 완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순간까지만 이어지는 저주인걸까? 
"거짓말쟁이의 새벽"쌍둥이인 지인과 지효. 하지만 유전자는 어느 한쪽에만 몰빵된듯 지인에게는 모든 것이 주어졌고, 지효 그렇지 못했다. 늘 지효는 지인의 그늘 아래 있다. 심지어 지효가 언니임에도. 또 지효는 늘 아프지만, 병원에서는 병명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지효에게 주변 사람들은 '꾀병'이라 말한다. 하지만 지효는 억울하다.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팠는데,그러다 알게 된 사실. 지효의 원인 불명의 통증은 타인의 아픔을 그대로 미러링하는 기능이였던 것. 지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엄마도 알고 있었다. 지효의 이모가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다가 지효에게 다가왔고, 그녀가 내민 손을 통해 지효는 자신이 맞은 운명을 달리 보기 시작한다. 이모 역시 같은 병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왜 고통을 미러링 하는 것일까. 이모는 그런 지효에게 왜 손을 내밀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이태원 참사가 일어 났을 때, 세월호 유가족 분들께서 깊은 위로를 건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마도 작가님은 고통을 미러링하는 가상의 병을 통해 타인의 아픔에 그저 사건으로만 치부해 무심한 지금의 사회에 한마디 쓴소리를 하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
 그 고통을 우리는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공감하고 위로 한마디는 건넬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효에게도 어둠의 시간이 끝나고 새벽이 찾아오듯 말이다.
이밖에도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 모두가 일을 못한다 외면했던 이삭을 품어준 도도. 도도. 왜 주인공의 이름이 이삭일까 라는 궁금증이 일었는데, 작가의 글을 보고서야 '아.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뿌려놓고 돌아보지 않는 이삭. 그렇게 말라가던 이삭에게 조용히 다가가 그저 옆에서 가림막이 되어주는 도도.
"오랜일" 이 이야기는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및 살인 사건이 하루에도 몇 건씩 뉴스에 등장한다. 그런 일이 나의 일이 되었을 때, 내가 알던 이의 일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 그것은 뉴스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되어버린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두고 그 것이 더 이상 뉴스가  아님을 깨달은 영설은 미지처럼 죽어간 여성들에 대한 뉴스를 쓰고자 하지만 영설을 제외하고 모두가 그 일에 무감하다. 원래 그런 일은 늘 있었다는 듯. 이 이야기를 잘 생각해보면 진짜 두려운 일이다. 나 말고는 아무도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 나의 가장 소중한 이가 죽었음에도 말이다. 아마도 작가님은 그런 이를 우리가 제대로 위로하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닐까.
주제는 모계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결국 이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금은 주위를 둘러보고, 타인의 아픔을 위로해줄 수 있는 내가 그리고 당신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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