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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먼저 온 미래
  • 장강명
  • 18,000원 (10%1,000)
  • 2025-06-26
  • : 52,460

"먼저"온 미래. 2017년에 "이미 와있는 미래"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의 내용보다, 막연히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이미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곧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책이였다.  이 책은 AI가 특정 산업 전반에 깊숙히 들어온 상황에 대한 르포타주이고, 그 대상은 바둑이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세계는 놀라움에 잠겼다. AI가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경기인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고, 이세돌 이후 인간의 승리는 없었다. 그 이후 바둑은 어떻게 되었을까? AI의 등장 이후 바둑에서는 인간 스승이 없어졌다. AI가 훌륭한 선생이며, 대국 상대가 된 것.  누군가의 특징, 이 사람 만이 둘 수 있었던 수, 프로 기사들의 특징을 엿볼 수 있었던 기보 등등 모든 것이 사라졌다. 모든 수에 대한 확률계산이 즉시 되며, 그 계산에 따라 그 수에 대한 평가가 바로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즉 유명 기사들의 기보가 무용지물이 된 것.
"바둑이 싫어진 건 아니고, 바둑을 좀 잃어버린 기분이에요.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뺏겨버린 느낌." p.58

다른 한편으로는 이 세계에서 AI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특정 프로 기사와의 대국, 어떤 선생 밑에서 수련 하는 등의 타인에 기대지 않고, 내가 노력하는 만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AI가 제공하는 시대인 것이다.
사실 바둑에서 "인간"의 맛은 사라졌지만, 바둑 그 자체의 기술은 우상향 되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사항은 AI의 등장으로 심리적 위축감이 줄었다는 점이였다. 신진 세력들은 유명 프로 기사들과 대련을 할 때 많이 두려워한다고 한다. (기세 싸움에서 밀리는 것!) 하지만 AI 등장 이 후  '너희가 AI보다 세겠느냐'라는 마음으로 임하기에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어짜피 최강자는 AI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는데,, 왜 나는 이 부분이 웃펐을까.

사실 나는 바둑 경기의 룰 포함 그 세계를 거의 모르다 보니 바둑의 기보가 사라졌다, 평준화 되었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깊이 알 수 는 없었지만, 어떤 인간이 가지는 특별성이 사라졌다는 의미 만큼은 이해 할 수 있었다. 바둑 기사들이 경기 이후 복기 시에 두었던 모든 수를 기억하는 것은 그 자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징을 기억함으로써 따라가는 인데 AI 등장 이후 특정 기사만의 특징이 사라졌기에 복기도 굉장히 힘들다는 글을 읽고서야 "특별성"이라는 의미가 이해가 갔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는 느낌이 사라진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제는 그저 하나 하나의 수에 확률만이 남은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상을 바꿔 창작물의 관점에서 AI는..?
이미 인공지능을 이용해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일반화 된다면,,작가들은 오로지 자신의 손과 머리로만 글을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바둑이 맞이했던 그 세계가 곧...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오래전 김영하 작가님은 독자들은 AI가 쓴 창작물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 이라했다. 사람이 아니라 AI가 썼다는 사실에 감정이 식어버릴테니. 하지만 그것이 사람인지 AI인지 모르는 순간이 온다면. 사람같이 생각하는 AI. 사람의 감동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쓴 AI 창작물이라면.... 아직은 여러 작품상들에서 ChatGPT 등의 AI를 이용한 창작물이 아니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AI 창작물인지 인간창작물인지를 판가름하기 불가능한 세상이 멀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내게는..

AI가 EndUser 즉 일반 사용자까지 내려오기는 쉽지 않아보였지만 ChatGPT를 필두로 이미 세계 여러 회사에서 만만찮은 AI를 만들어냈고, 등장의 놀라움은 잠시. 모두가 그 AI를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그런 AI를 만들어낸 회사들에서 개발 인력을 30% 감축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AI로 개발하면 되니까. 인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요즘 이슈인 저출산. 미래엔 정말 인간이 필요한 세상이 올까? 인간의 모든 사실이 밝혀져 사고사가 아니라 질병으로 죽는 이들이 없고, 늙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정말 인위적으로 인구 수를 줄이는 어느 소설 속 세계는 먼 미래가 아니라 근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왜 SF가 SF가 아니라 현재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건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두려웠던 점은 어쩌면 바둑은 오래 남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AI를 통해 바둑을 배우고, AI를 통해 각 수의 확률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세상 속에서도 바둑이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각 기사들의 특징과 감정이 보이는 인간의 바둑이라는 것. 그런데 만약 그 부분을 AI가 만들어 낸다면..? 마치 인간의 바둑처럼 두는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면. 그 분야에서 우리가 설 자리가 있을까. 비단 이 의구심은 바둑 뿐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경기를 보고, 글을 읽고, 감동을 받는 그 포인트를 AI가 만들어 낸다면..."인간성"이라는 것을 흉내 낼 수 있는 AI. 이 것이 어떤 의미일지.. 나는 모르겠다.

 기술의 개발 그 자체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부분 진행되어있고, 어느 산업 하나 만을 틀어막는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분명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이로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 빠르게 백신이 나올 수 있었던 기반에도 기술의 영향력은 지대했으니 말이다. 다만 기술 발전과는 별개로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왜 기술이 필요한 것인지, 기술의 발전에서 불가피하게 외면되어지는 부분을 우리는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해지는 지금이다. 
작가님은 "먼저"와 버린 바둑세계를 통해 저자는 지금 당신은?!이라는 질문과, 질문을 통해 우리가 어떤 가치로 그것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의 글처럼 오웰이 말한 텔레스크린은 현실이 되었다. 수많은 CCTV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것을 1984의 시대처럼 만들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가 지켜온 가치이고, 질서인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를 생각해 볼 때이다.

진짜 추천!

"<1984>에서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해 통제한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즐길거리를 쏟아부어 사람들을 통제한다. 한마디로,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 했다.
이 책은 오웰이 아니라 헉슬리가 옳았을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다."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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