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왜 이 책이 궁금했을까.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책이였다. 왜였는지,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절판되어 읽을 수 없는 책이였는데, 이번에 재 발간되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마침 신형철 평론가님의 추천사도 있었고.
다와다 요코라는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은 작가의 산문이며, 일본어와 독일어로 책을 쓰는 작가라고 한다. 전혀 다른 두 언어라. 작가인데 제목이 “영혼 없는 작가”라는 점도 꽤나 신선했다. 궁금하기도 했고,
이 책은 진짜 묘했다. 내가 아는 에세이 즉 산문은 주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긴다. 그 생각들이 대체로 내가 해보지 못했던 하지만 작가의 생각을 따라간다(?) 이해한다(?) 싶은 스토리가 흘러가는데, 이 책은 아니다. 뭐랄까.. 7살 어린아이가 어떤 주제를 놓고 말하는걸 굉장히 유려하게 표현한 글 같달까. 유치하다는 말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혀 생각치도 못한 표현들이 등장한다. 언어에 매이지 않은 느낌. 딱 그 느낌이다.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럴까. 그녀가 쓰는 언어들은 전형적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묘한.
“유럽이 시작하는 곳”어떤 대화의 끝마다 모스코바로 가야한다는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자란 작가가 드디어 시베리아에 도착했다. 도쿄에 있었던 것 같은 그녀는 어느새 기차로 시베리아에 도착했고, 여권 문제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그 때, 연못을 보고 갈증을 느낀 그녀는 연못의 물을 마시고 땅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그녀는 배가 불러와 물공이 되었다. 물공이 된 그녀가 물로 뛰어들었고, 거기서 본 단어가 M,O,S,K,A,U .. 하나씩 쪼개진 철자에서 엄마, 오물, 공,, 괴물,,,, 사과를 생각했고, 그녀가 유럽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통해 듣고 자란 모스코바를 현재의 모스코바와 연결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은 내가 마치 어렸을 때 살던 곳에 갔을 때, 그 때의 나와 지금이 연결되는 듯한 그 묘한 기분을 나는 그저 묘해.라는 단어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는 거구나.. 랄까.
오로지 모국어만 가능한 나로써는 또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기능적으로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만 막연히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동일한 사물을 놓고도 일본어와 독일어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독일어는 단어마다 “성”을 갖는다. 여성, 남성. 한국어나 일본어에는 없는 특징. 사물이 성을 갖는다는 것은 같은 사물을 보고도 언어에 따라서 보이는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말엄마라 말한다. 언어가 나에게 또다른 엄마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모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사회가 나에게 각 사물을 표현할 수 있는 의미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다른 언어는 또 다른 의미를 나에게 부여한다.‘타자기 앞에 앉아있으면 타자기가 나에게 어떤 언어를 제공한다는 느낌이들었다. 이 시도 덕분에 독일어나 내 모어가 아니라는 사실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나는 새로운 말엄마를 얻게 되었다.‘ p.45-p.46여기서 타자기는 여성일까 남성일까?ㅎ
그리고 제일 아. 싶었던 ”전철에서 책읽기“나도 전철(요즘은 지하철이 더 익숙한데.ㅎㅎ)에서 책읽는 걸 좋아한다. 집중도 잘되고, 시간도 잘가고. 저자는 책을 읽는 시선에 집중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의 행위에 집중한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얼마나 혼잡해도 누군가 책을 펼쳐든다면 사람들은 약간의 공간을 마련해준다. 아이가 그림책을 펼쳐들면 아이보다 큰 책을 펼쳐드는 상황에 자신의 몸을 움츠리고 공간을 만들어준다.지하철에서 시선이 다른이에게 향하면 그것은 모욕이거나 기분 나쁨을 의미한다. 하지만 책으로 돌려진 시선은 그런 의도가 없다.“시선은 폭력이다. 책들은 시선을 받아서 글자로 바꾼다” p.107
"영혼 없는 작가"를 읽으며 든 생각은 그녀와 영혼이 분리되어, 어디선가 그녀 대신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겪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그녀의 생각에 아. 싶었다.”나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내 영혼은 항상 어딘가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p.57그녀의 영혼이 겪는 경험을 사람인 다와다 요코가 그녀만의 시선으로 그녀만의 철학적 에세이로 녹여 놓은 듯한 이 산문은 다른 에세이들과 다르게 조금은 그녀만의 쫒아가기 어려운 세계가 낯설기도 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글이 가득하다.
낯선 흥분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글. 그저 놀라울 뿐!오!
”배우지 않은 언어는 투명한 벽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멀리까지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도 방해를 하지 않으니까. 모든 단어는 무한히 열려있고 그것은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다.” p.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