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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
  • 한강
  • 40,500원 (10%2,250)
  • 2010-02-26
  • : 75

시집은 잘 읽지 않는다. 한.. 오년에 한권 읽을까말까. 이 시집을 집어든건 오로지 노벨문학상 때문이였다. 작가 한강으로 데뷔를 한것이 시집이라고 하니, 시집 한권은 꼭 읽어봐야할것 같았고, 그 중 이 시집이 가장 상단에 있었다. 제목도 읽을 때가 되어서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시집을 다 읽고난 나의 느낌은 소설가 한강과 시인 한강은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것.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참으로 뭐랄까 느리게 읽혔던, 단어하나하나, 문장한줄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 그 글들이 시로 나타난 느낌이랄까. 새삼 노벨문학상이 한강작가님을 선정하게 된 이유의 한 줄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한 시적 산문”이라는 의미를 이 시집을 통해 새삼 돌이키게했다.


죽어서 좋다라고 표현하면서도 작은 조약돌 하나에 삶을 강렬하게 원하고, 곧 닥쳐올 죽음을 앞에두고도 “삼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 그를, 그녀를 그토록 한계까지 몰아쳤는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간간히 보이는 단어들 속에서 그저 어렴풋이 짐작할 뿐

“어린 동생의 브라운관은 언제나처럼 총탄과 수류탄으로

울부짖고 있었고..중략 - 회상” p.126

사실 나는 이 책의 첫 시가 너무나 이상했다.

무언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밥을 먹었다는 시가.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시들을 한편씩 읽으며 삶에 대한 강렬한 염원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했던 첫 시는 다른 시들을 읽어나가면서 계속 곱씹게 만들었다. 그것은 지나가고 있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이기도 했고, 그래서 슬픔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과 삶. 내게 이 시가 흥미로운 점은 죽음에 대한 강렬한 저항이라기보단. 죽음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더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해부극장“ p.44

가만히 죽음을 들여다보며, 한걸음씩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 같은 느낌일까.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우리의 몸짓이 그래도 우리의 삶을 이끄는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 것일까.

”짓이기지 말이요

1초만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 조용한 날들2“ p.63


시집을 소설보다 오래 집어들고 있게 될 줄이야.

슬픈 시들 이지만, 위로 받았고,

그래서 평안했다.


추천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괜찮아“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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