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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절망의 구
  • 김이환
  • 16,200원 (10%900)
  • 2025-05-20
  • : 990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유도 어떤 물질인지도 아무것도 모르겠는 까만 구. 그림자도 없어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구가 어느날 갑자기 대한민국 서울의 한 골목에 나타났다.
평범한 직장인 정수는 편의점에 들렸다 그 구를 보았고, 그 구안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끌려 들어가는 남자를 보았다. 자신이 본 것이 진실인지 조차 알 수 없어 무턱대로 도망친 정수.
그러다 부모님의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마치 얼마전 OTT에서 보았던 지옥같이. 어느날 서울한복판에 심판자가 나타난것 처럼 구는 보이는 모든 사람을 흡수한다. 그리고 흡수되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스런 비명만 남는데...
그리고 그 구는 더욱 두렵게 자가분열을하며 사방 곳곳으로 움직인다. 높은곳은 뛰어서 들어가고, 벽은 통과하며 오롯이 인간만을 흡수한다.

사회는 순식간에 아노미상태로 변하고,
통신은 끊기고,
그 중간에 사람을 죽이고, 빈집을 터는 등의 강도살해사건도 빈번하다.
구에 의해 사라진것인지,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것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도시는, 나라는 점차 비워져갔다.

정수는 도망쳤지만 부모님을 찾기위해 부모님이 사시는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결국 부모님은 찾지못하고,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갈곳없이 방황한다.
구를 피해 끊임없이 도망다니며.

나는 이런 책을 볼때마다 생각한다. 그냥.. 다 놓아버리면 되지 않나. 왜 끝까지 살아남을까. 아니면 그저 그 순간순간을 모면하면서 살아낸 것 뿐인가. 
그러다 정수는 그를 만났고, 구에 흡수되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그 방법도 잠시 그와의 어색한 동거로 정수와 그는 끊임없이 다투고,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 고립감에 점차 힘들어지면서도, 서로가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위로를 받는다.

"구"가 나타내는 것은 그 구의 절망일까. 인간의 절망일까.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어~라고 옛날 동화책 어디선가 본 구절로 우리는 그 절망을 이켜낼 수 있을까?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구"자체가 절망일수도 있지만, 공동체 의식이 무너진 사회 그 자체가 절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주제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처럼말이다.
그저 힘과 칼을 가진 자가 아니면 다 죽거나 노예가 되어야하는 세상.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 칠흙같은 구보다, 서로를 더 불신하고, 믿지 못하는 절망의 늪으로 계속해서 빠져들어가는 상황은 이 이야기를 읽고있는 나조차 옥죄어 오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 까만 구가 내 눈앞에 있는 것 처럼말이다.

작가님은 "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 사회에 알 수 없는 무엇에 의해 너무나 절망의 끝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셨던 걸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목 끝까지 들어온 생존의 위협앞에 여전히 우리는 저 명제를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펜데믹(보다 훨씬 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상황하에서 우리가 보였던 가짜뉴스, 선동 등에 수없이 흔들렸던 상황이 다시금 떠오르는 소설이기도 했다.

어느날 구가 사라져 모든 이들이 돌아온다면 사회는 다시 그 구가 나타났던 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에게 그만큼의 회복탄력성은.. 남아있을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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