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서 제목이 궁금해졌다. 왜 파과일까. 파과는 무슨 뜻일까?
네이버 사전을 보니 상반된 의미의 두 뜻이 보였다. 16세의 소녀와 64세의 남자? 둘 중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16세의 소녀는 짧은 찰나이면서, 64세의 남자는 웬지 이 책의 조각을 떠올리게 했다.
60세가 넘은 퇴물 방역업자 조각. 평생을 한 일만 하던 그녀는 이제 회사에서 퇴물취급을 받는다. 고만고만한 업무를 처리하며 살던 중 같은 회사 출신의 ‘투우‘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적의?를 갖고 있는 젋은 방역업자.
자신의 스승 ’류‘로부터 받은 가르침이 퇴색하던 어느날 그녀는 실수를 저지르고, 매번 방문하던 병원에서 자신을 치료하던 장선생 대신 강선생의 도움을 받는다. 협박인지 부탁인지 모를 그녀의 말에 그는 기꺼이 알겠다라고 답을 하고, 그 자신도 ‘딸‘로 인해 이일을 하고 있다는 말에 조각은 그의 고난한 얼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강선생의 가족과 딸.
방역업자로써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던 그녀의 눈빛이 그의 가족을 향해 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서도, 그 눈빛을 거둘 수가 없는데,
그리고 강선생의 딸이 사라졌다.
왜 나이든 킬러여야 했을까? 작가님은 왜 나이든 킬러를 주인공으로 했었을까. 젊은 킬러도 충분히 연민을 가질 수 있는 설정이 가능했을텐데. 왜였을까라는 물음표를 띄우며 읽은 이 책은. 결국 마지막에서 뱉는 그녀의 한마디에서 알 것 같았다.(그 한마디가 스포가 될것 같아서 책에서 보시길.ㅎ)
자신의 단한번의 실수를 품어주지 않았던 가족을 떠나 그저 내 한 몸 먹고살 길만 있으면 되었던 그녀를 속였던 이에게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나온 그녀를 ’류‘는 방역업자로 키웠다. 오로지 ’류‘만을 위해 살았던 그녀는 그의 어떤 것에도 한치의 의심도 없었고, ‘류‘의 가르침대로만 살아왔다.
그런 노년의 그녀에게 ’강’은 어쩌면 자신이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던 어떤 그리움 같은 것이였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올리던 방어조차 걷어버릴 젋은 날의 ‘류‘였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기보단 지켜내지 못했던 무엇.
그래서 이 책에서 유일한 실명으로 나오는 ‘강’선생의 딸 해니.
그리고 ’투우’. 조각 스스로가 만든 결과이자, 조각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했던 인물. 빌런인것 같은 이 인물에게 조차 연민의 눈길을 가게하는 이 이야기가 가지는 놀라움인것 같다. ’투우’ 역시 끝내 ‘조각’앞에 서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조각에게 더 큰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서야 자신을 알아본 조각에게 위안을 받는 것은 가족의 죽음을 보고서 평생을 쫒은 이에게 자신이 one of them이 아니라 The one이 되었다는 인정이였던 걸까.
이 책에서 유일한 이름을 갖는 인물 ‘해나’는 조각이 갖지 못한 유년시절이면서, 평생을 방역업자로만 살았던 조각에게 유일하게 지켜야 할 무엇이다. 그녀가 평생을 가질 수 없었던, 그래서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그녀의 연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토록 강렬한 것이겠지.
” 단지 동전이 바닥났을 뿐인데 조각은 지금껏 형태를 유지해온 자신의 남루한 삶 전체를 비워나가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p.295
재밌고 흥미로운 책.
이제 영화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