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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3월의 마치
  • 정한아
  • 15,120원 (10%840)
  • 2025-02-28
  • : 9,920

노을 비치는 파란 바다의 표지. 마치 축제같은 느낌이기도, 반대로 쓸슬한 느낌이기도 한 표지가 제목과 잘 어울리는 책. 쿠팡플레이의 <안나>의 원작인 <친밀한 이방인>의 정한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친밀한 이방인>을 좋아했기에 이 책도 궁금했다. 이런 내용일 줄이야.

나, 이마치는 60대의 여배우다. 평생을 무대 위에서 살았던 내가 어느날 부터 자꾸 무언가를 잊는다. 그래서 찾은 병원 의사는 내가 치매 전단계라고 한다. 치매라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 일단 아니라고 믿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알았다. 자신이 더이상 연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의사가 소개해준 병원을 찾았다. 사실 병원이라기보단 연구소랄까.
그곳에서 만난 의사는 마치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이야기를 시각화 시켜 VR을 통해 그녀의 기억을 재 주입시킨다. 그녀가 잊어가는 기억을.
그녀가 어쩌면 겨우 잊어야했던 기억을 말이다.

그 기억속에서 만난 노아.
60층에 사는 그녀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고, 그녀는 아파트 층을 오르며 또다른 이마치들을 만난다.
그리고 문듣 깨닫는다.
자신이 잊고 산 것들과 그래서 자신이 놓쳐버린 미래를.

“당신이 원한다고 언제까지나 이 안에서 살아갈 수는 없어요. 생명이 다하면 끝이죠. 죽음으로 모든 게 끝이에요. 알츠하이머는 그전에 당신을 놓아주라는 신호예요.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다요.“ p.228

알츠하이머라는 병으로 이런 이야기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과거와 현재를 묘하게 뒤섞는 이 이야기가. 이 병의 두려움은 내가 나를 잃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놓지 못하는 기억을 다시 되새겨 나에게 주입시켜 기억을 끊임없이 재생한다는 것인데, 노아와 함께하는 그 기억은 내것이 맞을까…? 아무튼 그 기억을 통해 마치는 자신이 놓지 않았던 과거와 마주했다.
언니와 아이와 K에 대한 마음을.

‘“이건 꿈이 아니에요. 과거죠.“
노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인 과거요.“‘ p.99
 
그것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이 과거가 꼭 마치의 살아있는 장례식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결자해지 같았달까.
어떤 매듭을 묶은 이가 마치 자신은 아니였지만, 그 자신이 쥐고 놓지 않았던 그녀 인생의 매듭같았으니까.
매듭을 오롯히 그녀가 풀고서야 드디어 그녀는 팜비치에서  바다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고, 과거를 놓아줌으로써 딸을 되찾았다. 가장 오래토록 기억한 사람이 딸이였으니까.

한편 책을 읽으며, 기억을 잃는 다는 것은 불행하기만 할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누군가에겐 그 기억을 되찾는 것이 고통 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노아는 그녀에게 더이상 하지말라고 한 것은 아닐지. 인간에게 기억은 어떤 것일까...

표지를 보면서 들었던 묘한 모순같은 감정이 책을 다 읽고서야 이해가 갔다.
따뜻하기도 쓸쓸하기도한 이 느낌이.

재밌네.

“죽음이 어떤 건지 알아?”
이마치는 영원히 젊은 그 청년을 놀리듯 물었다.
“알죠. 그건 고장난 엘리베이터 같은 거예요. 깊은 어둠 속을 한없이 하강하다가 마침내 쾅, 부서져버리는 거요.”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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