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후화를 보면서 영상미에 놀랐고, 말 그대로 막장 스토리에 놀랐었다. 그 화려한 영상 속에 흐르는 얽히고 섥힌 가족사.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뇌우.
사실 소설은 아니고 희곡이다. 희곡을 읽기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은 잘~ 읽힌다.(나도 어려워하는 사람 중 하나라..)
할아버지 한분이 아내를 찾아온 요양원을 배경으로 과거로 흐르는 이야기.
조우 씨와 루씨 집의 이야기. 조우 집안은 대대로 유지로 광산을 가진 부잣집이고, 루 집안은 가난하여, 조우 가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루구이는 조우 가의 일을 하며 도박과 술을 즐기는 난봉꾼. 그런 루구이의 딸 루쓰펑은 착하고 밝은 아이다. 루쓰펑은 조우핑인 조우푸위안의 첫째 아들과 사귀는 사이. 그런 조우핑의 동생 조우펑 또한 루쓰펑을 좋아한다.
재밌는 점은 루구이의 첫째 아들 루다하이는 광산 노동조합의 대표로, 조우푸위안 즉 조우핑의 아버지이자 이 책에서 가장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존재에게 대항하는 인물.
이런 두 집안에 얽힌 하루의 이야기이다. 정신없이 읽고 있다 보면 아직 하루가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는 스토리.
하루 동안 루구이의 아내인 루스핑이 외지에서 일하다 돌아온 그 순간부터 이 연극은 절정을 향해 간다.
잊지 못한 과거와 그 과거에 얽힌 인물의 파멸.
그로 인해 가장 아름다웠던 인물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의해 한 명씩 자멸해 간다.
이 스토리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 비극의 원인만이 남았다는 것.. 부조리한 현실만이 남은 집안에서 늙어가는 것은 형벌일까 축복일까.
제목인 뇌우는 그들이 처한 어쩔 수 없는 암흑과도 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날 밤의 묘사 중 하나다.
모두가 떠나고 싶어했지만, 뇌우 속에 갖혀 버린 젊음의 감옥이 되어버린.
작가는 가장 뇌우같은 인물로 조우판이를 꼽았지만, 글쎄 살아남은 이도 죽은 이도 모두 한 때의 뇌우를 벗어날 수 없었던 현실이 슬플 뿐.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