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책은 늘.. 묘하다. 굉장히 몽환적이랄까. 이전에 읽었던 <작별하지 않는다>도 어느순간 생과 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희랍어 시간은 생과 사의 경계는 아니지만 책속의 남자와 여자가 서로 얽혀있는듯, 아닌듯한 느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 책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한남자와 한여자가 만나는 이야기?랄까? 정말 만남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뭐지? 얇은 장편소설이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누구의 심연속일까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하는..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을 잃어버린 여자. 고대 희랍어에 대한 수업 시간에 만난 강사와 제자. 남자는 어렸을 적 독일로 가 그곳에서 자랐지만 “모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강사로 희랍어를 가르친다. 아버지의 병을 유전으로 받아 점점 시력을 잃어가지만, 아직은 누구에게도 들키진 않았다.여자는 어느날 부터인가 말을 할 수 없었다. 입밖으로 말을 내고 싶어도, 힘을내어도, 낼 수 없었다. 어렸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고등학교 프랑스어시간에 타국언어를 배우던 중이 무심코 나왔던 낯선 언어는 그녀에게 말을 가져다 주었지만, 어느날 다시 사라졌다. 마치 그녀에겐 말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그런 그녀가 희랍어를 배운다.단어하나로 모든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은 쓰지않는. 고어를.
왜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을 잃어버린 여자였을까.독일에서 한국인으로, 아버지의 병으로 힘들게 살았던 이의 아픔과 아이를 잃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버린 여자의 힘듦. 그것의 표출이였을까. 각자의 아픔을 느끼고, 낯설고 어렵지만 가까스로 맞닿은 두 사람의 희망을 보고 있는 걸까.각자의 입장을 보고 있다보면, 끝없이 떨어지고 있는 마음을 보는 것 같았다. 꼭 그 여자와 남자의 심연처럼. 그러다 가까쓰로 물위로 올라와 한 숨을 한번 휴.하고 내쉴 때즘 이 소설은 끝난다.
뭘까. 이토록 힘들게 읽히는 이 소설은.그래도 그 한번의 숨이 이토록 단 이유는.
“안경점이 문을 열시간이에요.” p.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