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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 조영래
  • 16,200원 (10%540)
  • 1991-12-12
  • : 1,784

나는 이분이 누구인지 몰랐다. 최근까지. SBS의 모 프로그램을 통해 이분의 성함을 처음 들었고, 자신이 알지도 못했더 이의 평전을 쓰신분이라는 말에 이 책을 찾았다. 그리고는 이분을 추모하는 모임에서 엮은 이 분의 글과 그를 사랑했던 이들의 글이 쓰여진 책을 읽었다.

“조영래”

창비에서 출간된 이 책은 초판이 그대로 유지된 채 현재까지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궁서체로 쓰여졌고(진짜 오랜만..),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에 주로 쓰여진 글이다보니 글 속에 한자가 섞여있었다.
문득 어렸을 적 부모님이 보시던 신문이 생각났다. 순 한자로 가득해 대제목도 읽기 힘들었던 그때가.

처음의 낯섬도 잠시.. 그저 놀라웠다. 한 사람이 이런 굵직한 사건들에 모두 임해왔단 말인가. 싶어서. 
 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로써는 당연하지 않았던 여성정년이 25살이 아니라, 남성과 같은 정년이라는 사실을 법적으로 증명해 낸 재판.
 부천서 성고문사건으로 유명한 문귀동을 재판장에 세워 처벌받게했던 재판.
누구도 선뜻 나설수 없었던 망원동 수해소송이 천재나 인재냐를 두고 열린 재판에서 인재임을 밝혀낸 변호사. 
 강자의 편에서 전문가들이 증언을 꺼릴 때 스스로 수년간 공부하고 연구하여 증명해낸 이 사건은 당시 법조인들 모두 조영래이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할정도 였다고 한다.

어느 사건에서든 늘 약자의 편에 있었던 분.
 이분이 찾아가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 오히려 조변호사의 생계를 걱정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민청학련사건으로 7년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끝내 소신을 버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 그대로 살았던 인물이다.
그래서 이분의 짧은 생에 안타까움만 남았다.

 이 책을 읽으며 좀 당황스러웠던 점은 80년대 쓰여진 글임에도 이 글이 결코 오래된 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말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어떻게 한정지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글(아마도 이 글은 지금이 아니라면 크게 와닿지 않았겠지만, 지금이기에 더 내겐 더 크게 보였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에 대한 글을 읽으며 분명 40여년 전의 글이 왜 아직도 유효하게 느껴질까.

“개를 침묵시킴으로써 유지되는 ‘질서‘ ?? 그것은 민주주의가 원하는 질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이다. 부당하게 걷어차인 개는 마땅히 시끄럽게 짖어대야 하고 그같은 소란을 통하여 신사와 개 사이의 올바른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바로 그것이 민주주의가 바라는 역동적인 질서 ?- 즉 ’민주적 기본질서’이다. ” p.96

책 제목은 이 분이 “성고문 사건의 반론 요지”에 쓰인 글의 일부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야만의 시대라 불리는 7,80년대를 버텨내어,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강작가님의 “죽은 사람이 산자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말이 깊이 와닿았다.
오래 사셨다면 우리가 좋은 어른을 만나 뵐 수 있었을텐데...


강력 추천.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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