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해를 달궜던 베스트 셀러.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의 추천이 있었고, 제목과 함께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 이야기”그냥 이 책의 내용 자체가 궁금했다.
주인공 나는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하는 날, 형의 장례식을 치르고, 미술관에 취직했다. 경비원으로.이 책은 그런 내가 경비원으로 메트로폴리탄에 근무한 10년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왜 미술관이 여야 했을까.가장 사랑했고, 존경했던 형을 잃은 내가 그 상실감을 어찌할 수 없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싶었던 그때 왜 미술관이였을까. 그것은 그의 이런 시절과 함께 했다. 어머니와 형과 함께 했던 추억. 그 추억 속으로 숨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수천년간 인간이 이뤘던 수많은 기록들을 지키며 돌아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 작품 자체에. 때로는 그 작품을 만들어내야만 했던 예술가의 고뇌에, 때로는 그 미술 작품을 보러오는 수많은 관객들에 의해. 그는 어쩌면 그의 슬픔을 회복할 가장 적당한 장소를 선택한 것.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저자이자 주인공이 작품을 보는 눈을 엿볼 수 있다. 지식이 아닌. 그 작품 자체에 대한 그 시선. 예술에 ‘ㅇ’도 모르는 나는 전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평에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 가면 브링리가 작품을 소개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나도 그말에 절대 찬성.중국의 두루마리 그림을 보며, 두루마리를 차례로 펼치며 시선을 천천히 움직여 풍경사이로 유유이 산책을 가고 싶다는 느낌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거지? 그림은 2차원의 평면인데, 저자는 그림 속의 시간에 있는 느낌이다. 벤조라는 악기를 보며, 그것을 연주했던 이의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니.
작품이 이토록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는 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생전 관심 없었던 미술관에 가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한다.
“혼자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처럼 세계적으로 장대한 곳에서 얻는 깨달음치고는 좀 우습긴 하지만, 바로 의미하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p.302
이제 그는 더 이상 숨어들지 않았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 브링리 자신으로 다음 걸음을 향해 나아간다.가장 위대한 공간에서 인생의 가장 큰 슬픔을 위로 받은 이가 나아갈 다음 걸음을 응원한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