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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폴 칼라니티
  • 15,120원 (10%840)
  • 2024-11-22
  • : 52,780

누구보다 가까이서 죽음을 보는 직업 의사.
부검의, 장례지도사 등 죽음을 다루는 직업도 있지만, 의사는 한 생명의 삶에서 죽음까지를 지켜보는 직업 중 하나다.
그런 의사 중에서도 신경외과 의사였던 저자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쓴 글이다. 약 2년간의 투병생활 중에 여러 글을 쓰셨고, 그 중 하나.
늘 죽음을 가까이서 보는 의사가 자신의 죽음 앞에 어떤 생각을하고 어떤 마음이였고, 글을 쓴다면 어떤 글일까. 그래서 읽은 책. 결론을 말하자면 슬프다.

의사에서 환자로 다시 죽음보다는 삶을 생각하는 의사였다가 다시 환자로. 그는 어느 순간에도 그였다. 죽음이라는 상황을 제 3자의 입장으로 누구보다 많이 지켜봤던 저자는 그럼에도 자신의 죽음 앞에서 다시 환자를 생각한다. 자신이 했던 어떤 처치, 말들 그런 말들이 환자에게 어떻게 무엇으로 다가왔는지를 돌이켜 다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써의 자신을 발견하는 저자의 글을 보고 나는 솔직히 많이 놀랐다. 나의 죽음에 갖히지 않는 사람이라니. 그는 연약한듯 보였지만 강했다.
생각해보니, 우리 할머니도 그러했다. 할머니의 암선고로 죽음에 갖힌 건 가족들이였고, 할머니는 의연하셨다. 그것이 나는 초연한 모습이라 여겼던것 같은데, 이 글을 보고 초연이 아니라 할머니는 정말 삶을 보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말이다.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 p.129

저자는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끊임없이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미래를 생각한다. 그렇게 암진단을 받고 가진 딸 케이디를 보며 케이디의 15살을 생각한다. 

"내가 소망하는 것(삶)과 확신하는 것(죽음)은 달랐다." p.163

케이디를 가지기로 결정한 것은 그들이 삶을 소망하면서도, 죽음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을 꿈꾸면서도 현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결과였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폴의 이기심도, 루시의 동정심도 아니라 그 둘이 만들어가는 또다른 인생의 페이지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누군가의 마지막이 담긴 글.
그래서 이 책은 미완이다.
폴의 아내 루시가 그의 마지막을 담담하게 말해주는 것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그녀의 그 담담함이 그리고 그들의 웃고있는 가족 사진에 눈물이 났지만, 그녀의 그 담담함은 어쩌면 폴과 지내왔던 시간의 행복을 담긴 글이기에 그리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그녀는 더이상 폴이 그녀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프면서도,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과 그가 남긴 글들, 그리고 케이디를 통해 그를 본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죽음을 다시 생각했다. 언제나 목격자로써만 죽음을 바라보았고(아직은 나는 살아있으니) 나의 지인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나는 그에게 죽음보다는 삶을 말했다. 나을 거라고,
나는 죽음을 회피했다. 
그것이 주는 의미는 나에겐 곧 가장 소중한 이들에 대한 상실이였으니까.
하지만 여전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했던 그의 글을 보면서도 나는 모르겠다. 당사자로써도 목격자로써도.
죽음은 생각만으로도 여전히 슬프다.
그래서 이 책도 슬프다.ㅠ
그래도 죽음을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도 삶을 소망했던 누군가의 기록은 여전히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삶과 죽음에 대한 누군가의 뜨거운 기록이기 때문이겠지.

추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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