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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 데어라 혼
  • 16,650원 (10%920)
  • 2023-04-12
  • : 4,527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라는 제목이 뭔가를 탁 치게 만들었다. 제2차세계대전으로 인해 학살당한 유대인과 지금 서양에서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 그 모순이 이 책의 제목을 통해 드러난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만'을 사랑하는 것일뿐이라는 저자의 말들.

나는 동양인이기에 유대인에 대한 역사나 현재 서양에서 유대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좋지 않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 캐나다 어학연수를 갔을 때가 떠올랐다. 나의 한글이름이 발음이 어려우니, 다른 이름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호스트 아주머니의 말에 내가 '쥬'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했었다. 그 때 아주머니가 하던 말. '나는 편견이 없다. 오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은 유대인을 싫어해. 쥬라는 발음은 그들을 연상시킬 수 있어서, 니가 위험해질 수 있단다'라고 했었다. 그 때 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대화가 어려웠(...?)던 관계로 그 이상을 묻지는 못했다.
이 책은 아주 오래전 그 때 나의 질문에 답을 주고 있었다.

안네 프랭크. 누구가 아는 인물. 13살의 소녀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었다. 그녀가 나치를 피해 숨어들었던 곳은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해마다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하지만 그곳에 젊은 직원이 유대인이 쓰는 모자(야물커)를 쓰려고 하자, 고용주는 그 모자를 야구모자 속에 보이지 않게 쓰라고 했단다. 박물관의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안네프랭크의 집에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숨겨야 한다? 대체 왜? 물론 4달의 심사숙고 끝에 그 박물관의 입장은 철회되었지만, 왜 그것이 4달이나 걸려야 했을까.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유대인이 유대인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 말한다. 홀로코스트 앞에서 눈물짓는 이들이 실제 유대인 앞에서는 그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본다고. 
그것은 유럽의 역사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예중 하나로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예로 들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유대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서도 같은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역사속에서 죽어야했던 수많은 이들에 대한 애도에 눈물지으면서, 생존자들이 벌이는 사투에는 국가이익이니,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손가락질을 말이다. 왜 우리는 이런 모순적 행위를 행하는 것일까. 나와 '타인'을 구분함으로써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공감이라는 말 뒤에 혐오가 함께 따르는 지금. 내가 공감하는 대상이 그저 누군가 쳐놓은 울타리속만은 아닌지. 죽은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것은 그들이 그저 죽었기에 더이상 타자로써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관대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길.

개인적으로 저자의 글이 그저 내게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만을 하게 하지는 않는다. 살짝 불편함이 느껴졌달까..저자의 글속에서 유대인은 한없는 피해자로만 그려지는 모습이.. 그러했다.  지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행하는 가해행위는 그저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보여지지는 않기에 그러했다.

뭔가 뜨뜨미지근함이 남지만, 그래도 읽어볼만하다.

"홀로코스트는 사랑의 부족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 일은 전 세계 모든 사회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거부하고, 그 대신 자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즉 책임을 대변하는 - 이 세계에 '명령받음'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한 이래 언제나 그것을 대변해온 -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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