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thddus님의 서재
  •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 11,250원 (10%620)
  • 2019-07-26
  • : 33,882

왜인지, 누구의 추천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내 장바구니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가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기에 얼른 주문한 책. 상받은 책은 읽어줘야지. 싶어서.
그리고도 꽤 오랫동안 내 책장에 꽂혀있다가 문득. 눈에 들어와 읽었다.

작가의 책을 읽은 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뭔가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것 같다라는 말.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하며, 작가의 흐름을 잘 따라가보자...하며 읽었는데, 대체 뭐지? 무슨 이야기인거지?하면서 알쏭달쏭하던 순간 어느 순간부터인가 앞의 내용이 사-악..하며 다가오고, 책의 말미에서 다시 첫 페이지를 펴게 만들었다.

1장이 요하네스의 탄생이였다면, 2장은 요하네스의 노년이다. 그러다 문득 노년의 요하네스가 다시 젊은 시절의 모습이기도하고, 다시 노년의 모습이기도 하다. 요하네스의 친구인 페테르 역시 그의 곁에 있다가, 없다가. 그가 한 때 좋아했던 페테르센의 모습도 그러했다.
아내 에르나와 함께 했던 부엌. 그녀가 끓인 뜨거운 커피한잔과 담배 한대. 그리고 그녀와의 소소한 대화들.
그리고 그와 그녀의 막내딸 싱네의 모습.

이 이야기는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제목같이 요하네스의 시작과 요하네스의 죽음을 말하면서도, 그의 죽음은 다시 삶과 맞닿아있다. 그래서 책 속 문장엔 마침표가 없다. 그 마침표가 없음이 처음엔 굉장히 생소했음에도 문득 요하네스라는 '나'의 삶에는 마침표가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것일 뿐. 어디서부터 시작, 어디가 끄읕이라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누군가를 기억할 때 그들 만났던 마지막이 아니라,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나의 할머니의 마지막보다, 나와 함께 했던 할머니의  훨씬 젊었을 때를 기억하고, 또한 나의 친구를 이미 20년이나 흘렀지만 중년의 모습이 아니라 처음 만났던 교복입은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었던 모습으로 상대를 추억한다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 삶은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모습, 그대로 말이다.
(조금 다른 결이지만, 제 5도살장에서 외계인이 모든 시간을 알고 있지만, 그렇기에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계속해서 본다는 말. 그 말은 우리의 추억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욘 포세가 그리는 인간의 노년은 삶의 끝, 곧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 아니라 나에게도, 나를 기억하는 이에게도 저녁이면서도, 깊은 밤을 지나 다시 아침, 새벽이 함께 느껴진다.
요하네스 역시 가장 사랑했던 이들을 그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회하고, 그의 막내 딸 싱네 역시 아버지 요하네스를 죽음이아니라, 자신이 사랑했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추억하니까.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죽음을 삶으로 다시 생각케하는 이야기라니.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