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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us님의 서재
  • 못 먹는 남자
  • 정해연
  • 14,220원 (10%790)
  • 2023-08-11
  • : 2,383

정해연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전작도 유명한 작품인줄은 알았는데, 제목에 거식증인가.. 식이장애에 관련 소설인건가 싶어서 읽었는데, 정말 '못'먹는 사람의 이야기라니.

어렸을 적 아버지 공장의 사고로 인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제영은 먹을 때마다 아는 이의 죽음을 본다. 그것도 너무나 생생하게. 그로인해 그는 먹는 행위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는 사람 또한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음식, 최소한의 사회생활로만 겨.우 살아가는 중이다.
영양실조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오는 것도 다반사. 그는 응급실의 단골고객인셈. 그런 그를 솔지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제영이 다니는 조그만 인테리어 회사의 사장은 말그대로 갑질의 대명사인 사람이다. 제영은 어느날 그의 죽음을 보았다. 
처음 제영이 죽음을 본 후부터 알게된 사실은 '사'를 멈출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즉 죽는 사실 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는 것.
그가 보았던 첫번째 죽음을 막고자했던 그는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순간 그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사장의 죽음을 알려줄 수도, 막을 수도 없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 시간에 사장은 죽지 않았다. 
사장 대신 그 사고로 죽은 인물은 뜻밖의 사람이였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사장의 전화 통화를 엿듣게 된 그는 중개인이라는 사람을 알게된다.

중개인은 죽음을 중개한다. 즉 죽을 사람을 대신해 대리자를 셋업하고, 대리자에게 돈을 주고, 대리자를 죽게 함으로써 원래 죽을 사람을 살리는 것. 대리자는 자신의 생을 댓가로 돈을 받고, 원래 죽을 사람은 돈으로 생을 산다. 중개인은 그 중개의 댓가로 역시 돈을 번다.
제영은 그 사실이 역겹다. 중개인의 논리가 일부 수긍가는 점이 있지만, 그는 사장 대신 죽었던 이의 장례식을 통해 그가 가졌던 역겨움의 이유를 찾았다. 
그렇기에 제영은 누구든 죽을 이의 생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그가 보았던 은파기술의 최중묵 대표가 아닌 대리자의 죽음을 막는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

이 책을 보며, 트롤리 딜레마가 생각이 났다. 한명의 죽음과 다섯명의 죽음 그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 딜레마를 들으며, 그것이 '선택'의 문제일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 역시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죽음에 경중의 가치를 감히 측정 할 수 있을까. 

'맞아요. 사람은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어요. 하지만 누구든 정해진 생을 살아내야 해요." p.135

삶은 불공평 할 수 있으나,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래서 작가는 전제를 '아는'사람의 죽음만이 보인다는 전제를 두었다. '아는'이라는 범주가 그저 얼굴만 아는 사람일 수 있으나, 내 삶속에 깊숙히 들어와있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라면.
아.. 정말 너무 어렵다... 그래서 '못'먹는 거였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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