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고등학생 시절 여행 에세이에 푸욱 빠졌었다.
입시에 찌들어 모든 것들이 천국이 아니라 지옥과 같았던 때,
아버지가 사오신 책들 중 한 권을 집어들었는데
김동영 작가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첫 작품이다.
그 이후 작가의 책을 내내 읽어왔고,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색채로 표현하자면 회색빛이지만 가끔씩 반짝이는 빛이 보이는 글감에 빠졌었다.
그동안의 책과는 어딘가 좀 다른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담백해졌고, 간결해졌으며, 꾸밈이 없어 솔직한 이야기와 문체로
작가와 내가 10년 동안 같이 시절을 통과하고 다양한 천국을 맞이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마주한 천국 같은 장면과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과연 내게는 어떤 천국이 스치고 머물었을까, 책을 덮고 생각했다.
고단했던 10대 시절에 작가의 책을 만나 잠시라도 가지 못했던 곳을 방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일,
원하던 바를 이뤄냈던 내 삶의 곳곳의 순간들,
사랑스럽고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작가처럼 진짜 혼자 여행을 떠나 상상했던 풍경들을 제대로 마주쳤던.
천국은 언제 어디서나 곳곳에 있고,
그것이 머나먼 곳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던, 감사하고 뭉클한 책.
(+도대체 이 작가는 여행지에서 누구도 겪지 못할 일을 겼는데 너무 신기하다..
다음에 작가님이랑 꼭 여행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