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20년 가을호 중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인 '김유나 - 이름 없는 마음'에 대한 비평입니다.
유일한 매력은 현권이라는 인물. 그러나 긴장감 유발을 연습하기 위한 습작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 같다.
<끊임없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식>
작품 전체에는 문제나 결과를 먼저 제기한 후에 뒤에서 설명을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초반부에는 사용하면 좋은 방식으로 지루할 틈 없이 독자들이 쉽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인물을 설명할 때도 같은 방식을 취해서 매 주인공의 등장마다 궁금증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메인 사건의 부재>
위의 방식은 초반부에서는 좋았으나, 작가는 이 작품이 끝날 때까지 전체에 걸쳐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그런 방식을 사용하면서 중반부터는 독자에게 그런 패턴을 읽히고 더이상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게 된다.
<강조되지 못한 중요부>
메인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여러 사건들이 등장하나, 짧게 소비되는 방식으로 해결이 되어 버린다. 이런 과정에서 독자들은 이야기의 흐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주인공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따라가게 된다.
불필요한 부분에 힘이 들어간 묘사가 있기도 하고, 메인 사건 없이 여러 사건이 똑같은 중요도로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작가가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덜 중요한 것에는 힘을 빼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하지만 애매한 캐릭터 설정>
남편, 준희, 현권, 주인공이 등장하나 이 중 남편과 준희는 비중이 굉장히 작다. 남편은 몇마디를 거드는 정도로만 대화에 참여하며, 준희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측의 생각은 잘 다뤄졌지만 반대 세력의 생각은 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주인공의 감정 중에서도 정당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 주인공이 왜 동생에게 창피함이나 분노를 느끼기보다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짧은 설명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소설에서 총체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이 주인공과 현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오브젝트 사용>
향수가 메인 오브젝트였으나 감동을 자아낼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향수가 감동을 주기 위한 데에 정당성이 부족했다. 주인공은 향수가 그렇게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도 아니고 현권이 향수에 엄청 의미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최소한의 정당성이라도 부여하려면 앞에서 주인공이 담배를 몰래 피고 냄새를 빼고자 하는 행동이 강조되어 있기라도 했어야 한다.
준희는 주인공과 대립될 수 있는 중요한 반대 세력의 인물이었음에도 작품에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아 위력을 펼치지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소설을 읽은 총 유일한 매력은 현권이라는 인물. 그러나 긴장감 유발을 연습하기 위한 습작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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