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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효석님의 서재
  • 스모킹 오레오
  • 김홍
  • 11,700원 (10%650)
  • 2020-09-07
  • : 299
한국 판타지 가족 영화를 시청한 듯하다.

김홍 작가의 스모킹 오레오는 254쪽의 비교적 짧은 장편소설이다. 자음과 모음의 새소설 시리즈를 처음 읽어 보았지만 '새소설'이 추구하는 참신하고 첨예한 작가의 시선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롭고 참신한 작품들은 강한 재미를 자아내지만 그만큼의 의미는 담기 힘들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스모킹 오레오는 재미와 의미를 둘 다 담아내고 있을까?

<문체와 전개 방식, 그리고 유머>
'스모킹 오레오'는 인물과 시점을 계속 바꿔가면서 진행되는 추리 형식의 소설이다.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나게 한 범인은 누구인가를 향해 달려가는 여러 사람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작품에는 총기 하나로 빚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계 양상이 나타난다. 인물의 시점마다 챕터가 나눠져 있으며 한 챕터의 분량이 짧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화자로 작용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인물들마다 문체나 설명하는 방식을 다르게 설정해주면서 각각의 인물의 특징이 더욱 돋보인다. 특히 등장인물 중 '오수안'의 서술 방식은 굉장히 독특하고 재치 있다.
하나의 총기 사건에도 서로 상이한 여러 사람들이 관련되어 나온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그 인물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시점이 계속 변경되는데도 산만하고 복잡한 느낌이 덜하고 이야기의 메인 흐름이 느껴진다.
작가는 작품 내에서 굉장히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서술 사이사이에 인물들의 길지 않은 대화를 자주 넣는 편인데, 인물들의 대화 하나하나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작품 내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대화가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뒷부분에 가면서는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대화라기보다는 인위적인 느낌을 받았다.

<깊이 있는 관찰력과 세심한 배려>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인물들의 상황이나 인간관계, 생각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1인칭의 덤덤한 독백 또는 다른 인물과의 대화에서 내비친다. 이 생각들은 깊게 관찰하고 분석해보고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느끼지 못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서로 특징이 다른 여러 인물들이 가지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고충들이 깊게 묘사되어 있어서, 몰입하여 읽고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 작가의 세심하고 꼼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등장인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에필로그까지 챙겨주는 친절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 소소한 재미와 훈훈함을 느끼고 갈 수 있다. 이런 배려는 적극 찬성이다.

<특이한 소재와 개연성>
'스모킹 오레오'의 가장 메인 소재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총기 사건이다. 설정 자체를 굉장히 새롭고 매력적으로 잡았다. 첫 장을 읽을 때부터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함이 강하게 들었다. 이것이 작품에 대해서 기대를 가지고 읽도록 도와주었다. 중후반까지는 뒤의 이야기를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총기 사건의 독특함은 강렬했다.
제목 그대로 오레오를 가루로 빻아서 담배처럼 피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다른 것보다는 그런 신선한 소재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서 놀랐다. 처음 접하는 이야기에 대한 흥미는 당연히 따라왔다.
특이한 소재는 신선함과 재미를 주었지만 개연성을 앗아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후의 누군가가 벌인 총기 사건은 생각보다 이야기가 커지다가 결국 범인은 없었다(?)는 느낌을 만들어 내었다. 오레오를 담배처럼 피는 장면에는, 왜 하필 오레오인지, 그것을 피면 왜 각성하는지, 등의 설명 없이 단순히 영화적 장치를 위해서 쓰였다. 로스트 치킨은 구체적인 이름을 정해주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서로 이어질 수 없는 장면들을 개연성 없이 강제로 잇기 위해서 특이한 소재의 장치들을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 들었다.

<독특한 세계관 설정이 전부인 영화>
짧은 장면들이 여러 시점에서 적절하게 분배되고 교체되기 때문에 읽는 독자도 좀 더 긴장을 느끼고 지루할 세 없이 몰입해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되고 복잡했을 순서 배치였는데도 이 부분은 훌륭하게 해냈다. 이 부분만큼은 작가의 역량을 인정한다.
한 장면의 길이가 꽤 짧은 편이고, 한 장면마다 대화도 짧게 자주 들어가기 때문에 소설보다는 영화스러운 느낌이 더 강하게 난다. 장면 전환의 방식들도, 외적인 이미지들을 묘사해서 표현할 때도 영화의 연출을 많이 차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라는 매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영화를 먼저 상상하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확실히 글이 주는 큰 특징 중에 하나인 상상력이 들어갈 틈이 조금 적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재미있는 한국 판타지 가족 영화를 시청한 듯하다. 소재도 전개 방식도 굉장히 독특하고 재치 있었지만 정리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쉽게 떠오르는 흔한 영화의 방식대로 마무리를 지은 것 같아서 아쉽다. 마무리에 좀 더 힘을 썼었다면 더욱 훌륭한 걸작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 분장을 한 반드시의 등장부터 책을 덮을까 말까 고민했다.
이 책을 읽은 후 가끔은 총의 개념이 사라졌던 것처럼 다른 것의 개념도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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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는 선뜻입니다.
선뜻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dde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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