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yallyjk님의 서재
몇주전에 전집 팔은 돈으로 재미있는 그림책들을 사주기로 유미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가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들을 몇권 골라놓고

알라딘에서 미리보기로 유미에게 읽어주었다.

 

"아! 이제 내려갔다. 그럼 잡동사니 꿀굴이죽에 뭐가 들었나 하나씩 살펴볼까?

시큼털큼 사과 고갱이, 미끄덩 바나나 껍질, 바스락 사탕껍질,

푸휴 똥 묻은 기저귀, 빠지직 달걀 껍데기, 아자작 생선 대가리, 질겅질겅 씹다만 껌."

 

하고 읽어주었더니 유미가 폭팔적인 반응을 보였다.

"푸하하하. 엄마 너무 재밌다아-! 이 책도 빨리 사줘어-!

이렇게 해서 유미가 읽고 싶어하는 그림책 몇권하고 영어동화책 몇권을 주문했다.

그런데 같이 주문한 영어동화책 한권때문에 배송이 엄청 늦어졌다.

유미가 매일매일 애타게 기다렸다.

"엄마, 책 언제 와? 나 빨리 '냄새차가 나가신다!' 그 책 보고 싶단 말이야-!"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던 책이 도착한 날 유미가 평소에 잘 안자던 낮잠을 자버렸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유미에게 책이 도착했다고 말했더니

유미가 '냄새차가 나가신다'하고 로렌 차일드의 그림책들부터 들쳐보았다.

"엄마, 빨리 읽어줘."하면서 유미가 제일 먼저 가져온 책은 '냄새차가 나가신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내가 "내가 누구게?"하고 읽어주니까

유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냄새차!"

 

"너희들이 잠든 밤에 내가 뭘 하는지 아니?

너희들이 버린 쓰레기를 먹는단다. 여기 쓰레기 봉지들이 보이지?

음, 아침밥 냄새가 난다! 아저씨들 나를 길가에 바싹 붙여 줘요!

배불리 먹여 줘! 입 안으로 쏙 던져 줘! 옳지, 그렇지!

                    이제 그만!

배가 꽉 찼어. 꽉 막힌 데를 뚫어야겠군. 푸슈 팡 푸슈 팡 푸슈 팡!

무슨 소리가 이렇게 시끄럽냐고? 쓰레기를 꽉꽉 누르는 소리야. 푸샤빠샤 짓눌러라!"

 

하고 읽어주니까 유미가 "푸하하하."하고 웃어댔다.

특히 냄새차가 배불리 먹고 "끄 으 으 윽!"하고 트림을 하는 장면에서

유미가 (좋아서) "꺄~~~악!" 하면서 까무라쳤다.

배불리 먹은 냄새차가 소화를 시키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장면에서도 유미가 무지 좋아했다.

비위 약한 어른들은 "윽- 이게 뭐야? 으웩!" 하겠지만 다행히 난 안그렇다. ㅋㅋ

 

"아! 이제 내려갔다. 그럼 잡동사니 꿀굴이죽에 뭐가 들었나 하나씩 살펴볼까?

시큼털큼 사과 고갱이..............끈적끈적 아이스크림 통, 찐득찐득 잼 병,

고양이 똥 섞인 모래, 곰팡이 핀 고기 완자, 몰캉몰캉 강아지 똥, 우우적우적 닭뼈다귀,

물컹물컹 썩은 순무, 고랜내 나는 운동화, 매끈매끈 수박껍질, 쭈글쭈글 싹 난 고구마.

                                     끄윽, 잘 먹었습니다!

 

뭐라고? 나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한번 생각해봐.

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읽어주니까 유미가 말했다. "온 세상이 쓰레기로 꽉 차겠지."

내가 "그럼, 그럼..." 하면서 계속 읽어주었다.

"너희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 푹 파묻힐 걸."

 

"다음 정류장은, 강가입니다. 불빛? 번쩍 번쩍! 운전기사 아저씨? 뒤로 뒤로!

나를 배 가까이 바싹 대 주세요. 이제 뒷문이 열릴 거야.

삐입! 삐입! 거기, 이봐요! 삐입! 삐입! 거기, 비켜요!

모두들 준비하시고, 이제 갑니다! 잠금 장치? 풀고! 꽁무니 문? 열고!

위로, 위로, 위로! 자, 이제 한판 밀어내기? 발사! 첨버덩!...................

내가 누구냐고?" 하고 읽어주니까 유미가 큰소리로 말했다. "냄새차!"

 

내가 "그렇지"하면서 마지막 구절을 읽어주었다.

"쓰레기차, 그게 바로 나야."

다 읽고 난 유미가 말했다.

"푸하하하. 엄마 너무 재밌었어!"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