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여명서재
  • 끝맺음에 서툰 당신을 위한 심리학
  • 게리 매클레인
  • 17,550원 (10%970)
  • 2025-09-17
  • : 855

사람과의 관계든 회사나 다른 무언가와의 관계든 좋든 싫든 끝을 맺어야 할 때가 온다. 차라리 회사 생활이나 연애의 마무리는 형태가 명확해서 상대적으로 끝맺음이 쉬운데, 친구나 다른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렇지가 않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친했던 누군가와 어떤 계기가 있어서 소원해지거나 혹은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하는데, 더 어릴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마음이 마냥 안 좋았지만 요즘은 ‘시절인연’이라는 말에 기대,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반갑게 만나겠지 하며 덤덤하게 넘기기도 한다. 

서로의 의지로 제대로 인사하고 관계를 끝낼 때도 있지만, 예상치 못하게 세상을 떠나 마지막 순간이 갑자기 찾아오거나 마지막인 줄 몰랐는데 사이가 서서히 멀어져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그 사람과 직접 작별 인사를 할 수는 없더라도 내 안에서 그 관계를 제대로 마무리할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더불어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끝을 맺어야 할 때의 마음가짐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종결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종결짓기를 바라는 마음이 상황을 해결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좌절과 더 큰 고통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종결짓지 못한 데 따른 고통이라도 결국에는 개인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될지 모른다.      31쪽


뭔가가 제대로 끝맺지 못하면 계속 찝찝한 마음이 드는 게 내 개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뭐든 제대로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모두에게 있다는 걸 알고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리고 마무리를 짓는다는 게 심리적으로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신이상의 정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아마 꽤 우습다고 여겼을 테지만 정신 건강 전문가 입장에서 이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내담자들의 삶에서 흔히 목격하는 아주 슬프고 안타까운 실제 사례다.       57쪽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은 막연하게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걸 여러 번 깨달았다. 책에서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끝내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성향이 변하지 않으면 결국 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는 사례를 들었는데, 나는 그 사례들을 읽으며 그동안 이직했던 과정들을 떠올리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사과하면서 죄책감만 언급하고 책임감은 언급하지 않거나 반대로 책임감만 언급하고 죄책감은 언급하지 않는다면 용서를 얻을 수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보상은 안 하면서 단순히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사과하는 것 같거나, 잘못을 저지른 건 아는 듯하지만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면 사과받는 사람은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쾌해질 수 있다.       124쪽


반성문이든 사과 메일이든 시말서든 뭔가를 잘못하고 글을 써야할 때는 죄책감과 책임감 두 가지를 모두 담아야 제대로 전달이 된다는 걸 이 책에서 다시 한번 배웠다. 머리로는 알아도 제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려운 일이니 뭔가를 잘못했을 때 두 가지 모두를 담아 사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용서받을 수는 없다. 고인이 남긴 편지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관계를 종결짓는 건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떠나보낸 뒤에는 용서를 구할 수 없다. 용서받기에는 너무 늦었다. ... 종결은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누군가를 떠나보냈을 때는 이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128쪽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해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는데 내가 제일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고, 그 사람이 없는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종결의 한 형태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상대방과 나눌 대화를 예행연습하는 건 실패의 길을 준비하는 일이다. 왜일까? 현실에서는 타인의 행동은 물론이고 그 어떤 것도 계획대로 강요할 수 없다. 자신의 계획대로 상대를 밀어붙인다면 대화에 장벽을 세우는 셈이다. 연극 무대가 아닌 다음에야 예행 연습을 거친 대화는 보통 아무런 성과가 없다.        180쪽


전화 공포증까지는 아니지만 메일이나 문자에 비해 전화는 여전히 장벽이 높아서 나는 누군가랑 통화하기 전에 할 말을 미리 정리해두는 편이다. 불편한 주제로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거나 통화를 해야할 때 미리 대화를 시뮬레이션 해볼 때가 많은데, 내 마음이 편해질 뿐 상호작용면에서는 썩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그동안 상대방의 반응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내려고 했던 건 아닌지 살짝 반성하기도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종결을 더 이상 시도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이 대단히 힘들다는 사실을 내담자들의 사례로 자주 경험한다. ... 종결을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계속된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이 위태로워진다면 외면하고 떠나는 힘든 결정을 고려할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240쪽


깔끔한 마무리를 바라는 건 좋지만, 그 종결을 고집하다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칠 정도라면 방법을 바꾸거나 종결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좀 복잡했다. 종결을 시도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 중 뭐가 더 마음 상하는 일일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책에서 말한대로 찬찬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나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의식하며 살아야겠다. 


여전히 끝을 맺는 일이 조금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책에 나온 사례들을 읽으며 나한테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 왠지 마음이 좀 놓였다.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앞으로도 대상이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의 관계의 마무리를 지어야 할 일이 계속 있을텐데, 그럴 때 한 번씩 이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될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