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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서재
  •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리즈 마빈
  • 16,020원 (10%890)
  • 2025-08-13
  • : 6,389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멀리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한테는 식물이 그런데, 좋아하는 마음과 달리 가까이할 수는 없는 사이다. 화분 파시는 분이 ‘얘는 불을 붙이지 않고는 못 죽일 거’라고 안심시켜주셔서 데려왔던 화분조차 빈사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거의 구급차에 실어 보내는 수준으로 엄마한테 보내서 겨우 회생에 성공하기는 했는데, 나와 식물은 영영 멀어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집에 들였던 식물은 테이블 야자였는데, 초반에 우리집 고양이가 머리채를 잡아도 튼튼하게 잘 버티더니 곧 시름시름 앓다가 우리 엄마 손으로 떠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에는 실제 식물을 들일 수 없어서 식물 이야기나 그림이 담긴 책을 두는 것으로 만족하게 되었다. 가끔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멋진 식물 그림이나 사진이 실린 책이 보이면 눈여겨 보는 편인데, 이번에 읽은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도 그림에 먼저 눈이 갔다. 소개를 읽어 보니 그림만큼 내용도 위로가 될 것 같아서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59가지 식물들의 이야기가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있다. 각각의 식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풀어낸 짤막한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반성을 하기도 했다. 단풍나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 뒤에 숨어서 시간을 너무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남과 비교하지 말자거나 자기 자신답게 사는 것에 집중하자는 취지의 말은 여러 경로로 읽어왔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서 곧잘 남과 비교해볼 때가 많은 나는 그때마다 공감했었다. 이 책에 나온 식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특히 “나무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고 소중한 엽록소를 낭비하는 법이 없다“는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책에는 나무들의 여러 모습을 다루고 있는데, 강철만큼 단단하고 견고하게 견디는 흑호두나무와 태풍이 불어오면 부러 휘어지는 또 다른 나무들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삶의 자세 중에서 꼭 하나만 정답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나무도 있어서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위로를 많이 받았다. 견고하게 버텨야 할 때와 휘어져야 할 때를 잘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주변 나무를 챙기는 우산가시 아카시아나무의 이야기도 신기했고, 주변에 다른 나무들이 살아갈 공간을 내어주는 물푸레나무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름이 익숙해서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무들도 새로운 모습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나무가 견뎌왔을 4억 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것이었을지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그 긴 시간동안 유연하게 진화한 결과라고 생각하니, 출퇴근 길에 늘 보는 나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여러 나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닮고 싶은 점들을 많이 찾았는데, 자작나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80년 정도 자기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살다가 조용히 물러나는 자작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쁜 나무 일러스트를 보면서 눈호강을 좀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나무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이 위로를 받았다. 지금 읽으면서 특히 더 인상적이었던 나무들이 몇 있었는데, 아마 읽는 시기에 따라 다른 부분에서 위로를 받게 될 것 같았다. 

책이 사철제본이라서 책등에 제목을 넣으려고 띠지를 두껍게 한 건가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띠지 안쪽에 이렇게 멋진 그림이 또 잔뜩이라서 어디에 붙여놓고 싶은 심정...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이지만, 나같은 일희일비의 아이콘이 읽으면 느끼는 게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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