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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서재
  • 고독한 용의자
  • 찬호께이
  • 17,550원 (10%970)
  • 2025-04-16
  • : 11,664

작가의 전작 <13.67>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신작도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나같은 독자가 많을 거라 예상했는지 작가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말에서 <고독한 용의자>는 <13.67>과 사뭇 다르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는 <13.67>을 일단 머리에서 지우고 이번 책을 읽었다.

41세 은둔형 외톨이가 방 안에서 숯을 피워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가족과 주변인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겠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안고 있는’ 홍콩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다만, 그 방 옷장 안에서 시신 토막이 들어있는 스물다섯 개의 유리병이 발견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20년 동안 방에서 나온 적 없고, 누군가가 들어간 적도 없는 은둔형 외톨이의 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추리소설이라도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고독한 용의자>는 초반부터 흥미진진했고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압력솥 같은 도시,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곳이라는 설명만 보면 홍콩이 들어가는 자리에 서울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라서 좀 슬펐다. 우리나라도 자살율로는 홍콩에 지지 않을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고.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사건을 풀어나가기 위한 단서가 쉬지 않고 튀어나와서 끝까지 흥미진진했고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사건 전체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단편적인 부분만 보면서 함께 추리를 해야 했기에 ‘눈먼 사냥개가 된 기분’이라는 쉬유이의 말에 크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초반에 토막 시신이 들어있는 유리병 25개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이 부분을 읽었더니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이 문장 뒤에 사람의 몸을 완전히 없애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풀어놓은 문장들을 보다보니 살짝 소름도 끼쳤다. 그냥 소설이어도 소름이 돋는데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는 일이라는 게 끔찍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니, 그럼 미끼가 되는 여성 안전은 어떡하고!라고 노여워했는데, 듣고 있던 사람이 반대하는 걸 보고 살짝 안도했다. 읽는 동안 가끔 추리나 대응 방법이 좀 거친 경우가 있어서 같이 욱할 때가 종종 있었다.


방관자들의 이러쿵저러쿵을 경계해서 입을 다물기도 하고, 그 이러쿵저러쿵을 이용하기 위해서 노련하게 정보를 푸는 쉬유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인물들과 각각의 관계성도 매력이 있었지만, 나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경찰 쉬유이의 말과 행동에 공감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쉬유이가 등장하는 작가의 다른 작품 <기억나지 않음, 형사>도 읽어보기로 했다.


평범한 선택이 쌓여 ‘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도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국 어떤 결말에 이르렀는지를 보고 나니 이 말이 더 인상적이었다.


500쪽이 넘는 긴 이야기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끝까지 몰입하며 읽었다. 이야기를 읽으실 분들이 조금의 스포도 없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후기를 쓰는 동안 줄거리를 되도록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추리소설에 나오는 모든 요소들을 의심하며 읽는 예리한 사람들에게도 이 소설이 충분히 재미있겠지만, 나처럼 작가가 울어! 하면 울고, 속아! 하면 속는 사람들에게는 더 흥미로울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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