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아주 안 읽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나는 시인이 쓴 시보다는 시인이 쓴 에세이를 더 많이 읽는 편이다. 시가 싫다기보다는 아직 나한테는 좀 어렵게 느껴져서 그렇다. 졸업한 지가 한참인데 아직도 시는 왠지 함축된 뜻이나 비유 은유를 다 파악하며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선뜻 손을 못 내밀게 된다. 그런 거 치고는 제일 좋아하는 시로 영문을 모를 <오감도>를 꼽기는 하는데, 아무튼 시에 대한 내 심정은 그렇다.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들 중에서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시들도 있기는 있다. 기도하는 내용을 담은 시들은 직관적으로 내용이 눈에 들어와서 뭘 더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니 읽을 때 마음이 편하다. 기도를 하면서 뜻을 숨기고 은유와 비유로 묘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테니까. 그런 기도시들을 모았다는 소식에 모처럼 시집을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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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한 문장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려있는데 시집을 읽기 전에 미리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시집을 열었을 때 왜 기도시를 모았을까 하는 의문이 살짝 있었는데,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가 되었고 처음부터 시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게 되었다. “기도와 시는 ‘간절함’의 혈연이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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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일부분을, 혹은 약간 변형된 형태로 봤던 시 구절들을 책에서 여러 번 만났는데, 이 시도 그랬다. 읽을 때마다 셋 중에 뭐가 제일 중요할까를 생각하게 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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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한 줄 다 공감하면서 읽었던 시인데, 특히 ‘혼자인 것에도 약하고 함께인 것에도 약하다’와 ‘시작에도 약하고 끝에도 약하다’는 부분에서는 내가 쓴 글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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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들이 정말 많았지만 이해인 수녀님의 이 시가 특히 마음에 오래 남았다. 특히 필사한 부분은 다이어리에도 따로 옮겨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쉽지는 않겠지만 저런 마음을 닮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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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기도문의 형태는 아니라서 처음에 약간 의아했는데, 시 전체를 다 읽고 나면 결국 시인의 염원을 담고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집에는 이렇게 꼭 본격적인(!) 기도가 아니라도 그 내용이 기도에 가까운 시들도 제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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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에세이든 동화든 일단 출간 소식이 들리면 바로 기대하며 읽을 준비를 시작하는 박준 시인의 시도 있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예전에 생일 초를 끌 때 딱히 떠오르는 소원이 없다고 해서 모두를 부럽게 만들었던 친구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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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석에 누워서 죽음을 앞둔 사람이 담담하게 쓴 시라서 읽는 내 마음이 더 먹먹했는데,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는 어머니 때문에 슬퍼졌다. 부모보다 먼저 죽는 자식이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새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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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여러 편의 시가 있는데, 제각각 내용도 다르고 형식도 다르다. 심지어는 내용을 따져 보면 비슷한 걸 구하는 시인 것 같은데도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시로 완성이 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어떤 시든 결국 이문재 시인이 마지막에 적어둔 기도하는 자에 대한 내용을 크게 벗어나는 시가 없다는 걸, 저 부분을 읽으며 새삼 느꼈다.
시집도 종종 읽고, 인상깊은 구절은 필사도 하는데 이상하게 리뷰를 쓰기가 쉽지 않아서 어쩌다 보니 이번에 읽은 시집이 첫 시 리뷰가 되었다. 아무래도 시를 제대로 읽고 있는 게 맞는지, 내가 뭘 잘못 해석해서 리뷰하는 바람에 시를 쓴 시인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나처럼 본격적인 시는 약간 어렵게 혹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