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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서재
  •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
  • 퀸시 존스
  • 15,750원 (10%870)
  • 2024-04-22
  • : 2,471

출퇴근 길에도 산책할 때도 매일 음악을 듣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음악에 크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게 많지도 않아서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좋아하는 가수나 연주자의 좋아하는 곡을 마르고 닳도록 듣는 편이라서 듣는 음악의 폭이 넓은 편도 아니다. 음악 분야에 관심이 지대한 편도 아니라서 관련 분야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라서 평소라면 이 책에도 흥미를 갖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저자 소개를 읽다가 퀸시 존스가 함께 작업한 사람들 중 내가 모르는 이름이 없다는 걸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추천사들을 읽는 동안 퀸시 존스가 음악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것과 내가 퀸시 존스 자체는 몰랐지만 그가 작업한 음악들은 좋아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933년생인 퀸시 존스는 프랭크 시나트라, 마이클 잭슨, 스티븐 스필버그 등 모르는 사람이 없을 유명 인사들과 함께 일을 해온 음악인, 프로듀서다. 혹시 베테랑 음악인이 쓴 자기계발서는 아닐까 잠시 의심했는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90년 가까이 살며 삶과 창의성에 대해 깨달은 것들에 대해 담은 책이었다. 강경한 명령형이 아닌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도움이 될 듯’ 식의 문장이 많아서 조언을 담고 있는데도 읽으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퀸시 존스에게도 큰 영향을 줬을 마크 트웨인의 말이, 책을 읽는 나한테도 큰 울림을 줬다. 내가 산을 담고 있는 그릇이 되지 않도록 퀸시 존스의 말처럼 마음속에 가두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두 부분이 이어지는 문장은 아니지만 왠지 나는 연결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외부의 압력에 대비하기 위해 기초를 충분히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오염물을 잘 걸러낼 수 있도록 정신도 단련하는 게 좋겠다고 정리하며 읽었다.



강경한 어조가 아닌데도 읽는 중간중간 뼈를 맞을 때가 있었다. 구상과 실행 사이에 생각보다 거리가 있다는 말에도, 하기로 했다면 완전히 끝까지 가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하며 읽었다.



퀸시 존스 정도로 음악의 대가라면 고평가보다 저평가를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뜻밖이었다. 피드백은 주의깊게 듣고 필요한 내용을 받아들이더라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 너무 휩쓸리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한 살씩 먹어가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혹은 앞으로는 뭘 하면서 살아야하나 하는 고민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된다.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일을 해온 퀸시 존스가 나이가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며, 그래서 나이로 인한 은퇴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한 걸 보고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



첫 회사에서 내 멘토를 맡았던 일 잘하던 대리님이 늘상 하던 말이 떠올랐다. 회사에서 사고 한 번 안 치고 일하는 사람은 없고, 맡은 일이 많거나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은 사고를 치면 더 도드라져 보인다고 하면서 중요한 건 사고를 안 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라고 했었다. 일뿐만 아니라 삶 전체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라는 걸 이 부분을 읽으며 깨달았다.



책을 읽으면서 묘하게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엄청난 업적을 세우거나 대단한 성취를 하지 못했더라도 그게 어떤 대단한 일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삶 자체가 궁극적인 성취라는 말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뛰어난 글쟁이가 될 확률이 높으며, 어떤 분야든 정점에 다다른 사람은 곧 철학자가 된다고 믿는다’는 추천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책이면서 음악책이 아니라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읽고 나니까 정확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퀸시 존스의 삶에서 음악을 떼어놓을 수 없듯 그의 글이나 철학에서도 순간순간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묻어나온다. 그게 나같은 음악 문외한에게도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가 생겨서 책을 읽는 동안 본문에 나온 음악들을 찾아가며 읽었다.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라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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