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서점에서나 책 플랫폼에서 책들을 둘러보다 보면 홀린듯이 이끌리게 되는 제목을 가끔 마주친다. 처음 밀리의 서재에서 이 책을 봤을 때 그랬다. 요즘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내덕네탓'을 구호처럼 외치면서 내 탓이 아니라고 우겨보기도 하지만, 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결과적으로는 내 탓이라고 결론을 낸다. 정말 내가 잘못해서 내 탓일 때도 있고 남 탓이지만 이게 다 태어난 내 잘못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 탓이 될 때도 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일까, 이 책 제목을 보고는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고 나서 뭔가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바라기보다는 내가 어떤 일을 내 탓으로 결론내는 저변에 어떤 원인이 있는지, 나랑 조금 더 잘 지내보려면 내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크게 4파트로 나누어 마음을 들여다보며 돌볼 수 있는 26가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차례를 훑어보면서 이미 흥미로운 주제들을 몇가지 발견했다. 주제들 중에 책을 함께 만든 사람들의 pick을 체크해둔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는 어느 이야기를 고르게 될까 궁금해 하며 첫 장부터 읽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남았던 문장 몇 가지를 남겨본다.
책을 읽으면서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들도 많았고, 비슷한 의미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다른 개념인 말들도 알 수 있었다. 집중력과 주의력이 그랬다. 옮겨 적은 문장 만으로는 의미가 명확하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나처럼 예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적절한 예가 바로 이어진다. 자존심과 자존감도 어렴풋이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자면 막막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다시 뜻을 명확하게 이해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내가 늘 하고 있는 생각이라서 뜨끔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 역량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 편인데, 어떤 성취를 해냈을 때 내가 해낸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은 거의 매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하는 생각이다. 겸손과는 결이 다른 이런 생각이 이어지면 나타날 수 있는 일들을 읽으며 앞으로는 내 능력을 조금 더 인정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서 맞아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 여러 번 있었다. 이 부분도 그랬는데, 나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실제로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그렇다는 말에 위로를 받았다.
나는 이직이 제법 잦은 편인데, 그럴 때마다 앞에 옮겨놓은 문장처럼 내가 이상한가, 다른 사람들 다 참고 사는 일을 나만 못참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상황을 알고 쓰신 책도 아닐 텐데 책의 중간중간 내 상황을 알고 쓰신 건가 싶은 문장들을 자주 만났다. 아마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전문가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구나 싶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안도 비슷한 걸 했다.
작심삼일의 과학적 근거도 책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이었다. 내가 지나친 의지박약이 아니라 세로토닌 때문이었군! 하면서 괜히 의기양양해졌다. 책에서 읽은 대로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워서 쉽게 무너지기보다는 지킬 수 있는 목표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짜봐야겠다.
그걸 안다는 게 당장 어떤 해결 방법이 되지는 않겠지만 내가 처한 상황이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걸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당장 스트레스의 원인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하더라도 내가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상할 지경이라는 걸 알게 되면 적어도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는 있게 될테니까.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견딜 수 있는 역치는 어디까지인지 차차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내 탓을 하지 않는 방법이나 마음가짐을 찾았다기보다는 내가 나를 조금 더 인정하고 아껴줄 수 있는 방향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다시 차례 페이지로 돌아가서 내 마음에 제일 와닿은 이야기를 골라보려고 했다. 하나만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해야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읽으면서 독서 노트에 옮겨 적은 문장들이 제일 많았다. 누구든 적어도 한 가지는 깊이 와닿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요즘 마음이 힘들거나 무기력한 사람들이라면, 그렇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