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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서재
  •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 만드는 법
  • 키라앤 펠리컨
  • 18,000원 (10%1,000)
  • 2023-01-10
  • : 2,385

예전에는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를 읽으면 사건에 집중하며 읽었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건을 이렇게 꼼꼼하게 설계했을까,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하고 작가에게 감탄했었다. 요즘도 정말 잘 짜인 이야기를 읽으면 사건을 꼼꼼하게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에도 놀라지만, 없던 인물을 창조해낸 것에 더 크게 감탄한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상상하고 설정해서, 성격의 어떤 부분을 드러내고 감출지를 생각해내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작가들은 어떤 방법으로 인물의 성격과 삶을 만들어내는지 막연히 궁금해하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작품 속 인물을 어떻게 창조하는지에 대해 알면, 앞으로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등장 인물의 대사나 행동에서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몰입했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항상 등장인물이 그 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항상 신경이 쓰였다. 요즘도 1년에 한두번은 꼭 읽는 마틸다를 처음 읽었을 때 특히 그랬다. 책을 덮고 나서도 마틸다가 어떤 어른이 되었을지가 계속 신경쓰였다. 책에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틸다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마틸다에게만 집중했었는데, 여러 차례 읽으면서 다른 인물들의 매력도 발견할 수 있었다. 로알드 달은 어떻게 이렇게 매력있는 인물들과 사건을 만들어냈을까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문학작품을 읽었을 때의 장점으로 간접 경험을 꼽는 사람도 많다. 어릴 때는 글로 읽는 간접 경험이 크게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책으로 어떤 상황을 한번 접해본 것과 아닌 것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암담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비슷하게 절망했던 소설 속 인물들의 태도나 마음가짐 같은 것들을 떠올려보며, 그래도 내 상황이 그 지경으로 최악은 아니라는 어떤 안도를 느낄 때도 있고 사람 사는 건 결국 다 비슷하구나 하는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매력적인 인물은 항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궁금하고 신경이 쓰이다가도 연애가 끝날 무렵에는 무덤덤해지는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었다. 작가들은 등장인물을 사이에 두고 독자와 이런 밀당을 펼치는 건가 싶어서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결국 매력적인 인물을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인간을 잘 관찰하고 공감하고 특징을 잘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특징을 어떻게 설정해서 캐릭터를 만들어야할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 책에서는 빅 파이브 모형을 제시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처음 접할 때 나도 빅 파이브 모형을 생각하며 인물을 분석하게 될 것 같다. 등장 인물의 사소한 행동이나 대사가 왜 나왔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책을 읽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읽기 전에는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쓸 때 인물 캐릭터를 잡아가는 작법 같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법이라기 보다는 심리학에 가까운 내용들을 읽다 보니 허구의 인물을, 그것도 읽는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 인물을 만드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야기의 매력은 사건이 얼마나 참신하고 몰입이 되는가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들도 결국 사람이 벌이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내가 매력을 느끼고 몰입했던 대상은 사건보다 인물일 때가 많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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