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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서재
  • 지선씨네마인드
  • 박지선.황별이.최윤화
  • 14,400원 (10%800)
  • 2022-12-14
  • : 767

아직도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모르겠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의 안내로 처음 지선씨네마인드를 보게 되었다. 평소에 범죄 스릴러 영화를 많이 보기도 하고, 그것이 알고싶다를 빠뜨리지 않고 보는 편이기는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고양이 영상이나 일상 브이로그 같은 평화로운 콘텐츠를 많이 보는데 왜 지선씨네마인드가 내 알고리즘에 걸려들었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볼까 하고 잠깐 틀었다가 끝까지 보고 다른 편도 찾아봤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인기가 있어서, 작년 가을에 지선씨네 마인드는 무사히(!) SBS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었다. 

소개하는 영화들 대부분은 이미 봤던 영화고, 타짜나 화차 같은 영화들은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영화라서 몇번씩 봤는데도 범죄심리학자의 눈으로 보니까 내가 못봤던 부분들이 숨겨져 있어서 방송을 볼 때마다 신기했다. 그렇게 재미있게 봤던 방송 콘텐츠가 책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영상으로 한번 봤던 내용인데도 책으로 읽으니까 새로운 느낌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살짝 소름이 끼쳤다. 특별한 동기가 없는 사이코패스형 범죄가 늘어나고 그것을 다룬 영화들을 봐와서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 추격자의 저 장면에서 없는 동기를 만들어내라는 기동대장의 모습을 보며 윗사람들이란...정도의 생각을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생각하니 동기가 없는 살인사건이라니 그렇게 무서운 일이 있을까 싶고, 그걸 영화를 보는 당시에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에 소름이 끼쳤다.



밀양은 다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고 여운도 길었던 영화였다. 그런데도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런지는 몰랐는데, 지선씨네마인드에서 분석한 내용들을 보고 읽으면서 왜 내가 찜찜한 마음을 가졌는지, 무엇이 해결되지 않아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분석도 인상적이었지만, 머리로 하는 공감과 감정으로 하는 공감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내가 좋아하는 화차를 다룬 편도 재미있게 보고 읽었다. 화차는 원작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고, 스토리를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영화도 흥미진진하게 봤다. 그 영화 속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 지선씨네마인드도 당연히 재미있었다.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인 사람들이 이 글을 먼저 읽게 될까봐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하기가 조심스럽고,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화차편 마무리 멘트를 소개해봤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러고보니 여러 미디어에서 요즘 부쩍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못느끼다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게 가스라이팅이었구나 싶은 그런 것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의도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각하지 못하고 남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인지하지 못한 채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서 새삼 심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각한 범죄가 일어나고 가해자의 얼굴이 공개되면 항상 충격을 받는다. 출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의 얼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범죄자는 얼굴만 봐도 티가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범죄자들은 눈만 봐도 뭔가 쎄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내 똥촉으로는 절대 구별을 할 수 없겠으니, 알아볼 수 있는 가이드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심리 분석을 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실제 사건이나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중간중간 소개를 하고 있어서, 사람에 대한 이해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고 밝힌 머리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픽션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결국 현실에 닿아있기 때문에 영화 속 사건과 사람들을 분석하는 내용을 듣고 있다보면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포스팅을 하려고 제목을 쓰려는데 문득 이 책의 장르가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범죄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영화 속 인물의 심리 분석이니까 사회과학일까 싶었는데, 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예술/대중문화 카테고리에 넣었다. 처음에는 예술이라고? 하며 의아한 마음도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애초에 영화가 없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책이니 자기 카테고리를 알맞게 찾아간 것 같았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 속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까? 등을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다루다 보니 방송으로는 시각자료들을 풍부하게 볼 수 있어서 몰입이 잘 되어서 좋았고, 책으로 읽으니 내 호흡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좋아하는 방송이 짧게 편성되어서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책이 출간되어 두고두고 읽을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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