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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읽는 서재
  • 침대 밑 그림 여행
  • 권재원 글.그림
  • 10,800원 (10%600)
  • 2009-07-01
  • : 178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내가 꼭 피하는 시즌이 있다. 이른바 방학시즌이다. 덕수궁 미술관 여름방학 시즌은 정말 내가
좋아하지 않는 타임이다. 왜냐하면 많은 아이들이 부모들 손에 이끌려 이른바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오기 때문이다. 미술의 즐거움은 간 곳 없고 '숙제'를 해치우기 위한 미술관 나들이는 보기에도 불편하다. 작가의 이름, 옆에 씌여져있는 어른들도 이해 못할 설명글들을 아이들이 베껴쓰는 걸 보면, 이 아이들은 미술관 = 귀찮은 방학숙제 정도로 여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은 아이들 답게 즐겁고 행복하게 미술과 만나라고 하면 안될까? 그런면에서 그림의 세계를 즐겁게 접할 수 있는 책들을 만나면 숨통이 좀 트이지 않을까 한다.

미술과 친해지기 바래~

이 책은 그림을 설명하지 않는 미술책이다. 미술은 놀이다. 라고 작가는 정의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책은 그림이라는 꼬마가 자동차를 찾아 침대 밑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요즘 아이들은 집에 다락방이 없으니까, 침대 밑이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 되었나보다. 이 또한 세대차라는 생각이 든다. 암튼. 그림이는 침대 밑에 들어가는 순간 뭔가 강한 힘에 끌려 모험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림이가 만난 것은, 보테로의 그림의 주인공인 뚱뚱한 아줌마다. 뿐만 아니다. 부리부리한 수염을 지닌 윤두서의 자화상도 만나고, 푸른 눈빛의 모딜리아니 그림 속 여인도 만난다. 고민에 잠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앞에 서게되고. 기리코의 음산하고 쓸쓸한 풍경속에도 들어간다. 재미있는 그림여행이다.

그림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어느 화가의 몇년도 작품이며, 어디에 소장되어 있다는 설명은 사실
아이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물론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미술사적으로 어떤 새로운 이변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도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에겐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은 그림, 그 자체만을 놓고 말한다.

쉽게, 친근하게 다가가려하기 위해  만화책 같은 화면구성을 가져온 것도 독특하다. 만화처럼 아이들에게 호소력있는 구성이 또 있을까. 그런면에서 미술과 만화책 구성은 잘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알기 쉽게, 친근하게 

이 책은 부모들에게도 친절하다. 미술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어른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많은 어린이 미술책 뒷면의
부모를 위한 해설서는 그닥 친절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해하기 쉬운 설명 부록을 달았다. 어린이 신문  형식으로 해서 화가와 인터뷰등 작품 세계에 대해 다양한 기사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많은 부분 구어체라 더욱 이해가 쉽다. 예를 들면 이렇게 설명한다.

마티스는 '춤'과 '음악'에 대한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세가지 색이면 충분합니다. 하늘을 칠할 파란색, 사람을 칠할 붉은 색, 동산을 칠할 초록색이요."
마티스가 그리려고 했던 것은 춤추는 사람이 아니라  '춤'이었어요. 마티스는 하늘과 사람과 동산을 그린게 아니라
춤추고 있는 파랑, 빨강, 초록을 그린 것이지요. 

 이 책을 보다가 문득  구로사와 아키라의 연작 영화 <꿈> 가운데 '까마귀'라는 작품을 떠올렸다. 미술관에서 고호의 그림을 보던 주인공은 고호의 그림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그림 속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호와 만나기도 한다. 고호의 여러 그림들 속을 돌아다니는  이야기인데, 예전에 미술사를 배울 때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쉽게 생각하면 예전에 LG의 X-CANVAS 광고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그림 속으로의 여행이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모험이다. 나도 언젠가 꿈속에서 이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 들어가고 싶은 그림의 후보는 김홍도의 <서당>)(시끌벅적한 풍경을 보고 싶다.)  보티첼리의 <봄>(얼마나 미인인지 궁금하다!), 로스코의 그림( 환타스틱 그자체 !)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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