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중에도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하나 잃어버렸고, 버스를 반대로 탄 줄도 모르고 있다가 ‘여기 어디지?’하며 헐레벌떡 내렸고, 남편에게 “너 치매 아니야?” 놀림을 받았다. 나 아직 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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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질병이 다 그렇겠지만, 치매가 유독 두려운 이유는 치료제가 없고 인간의 존엄을 잃게 하는 병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내 주위에도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 꽤 많다. 특히 현대인들은 치매를 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작년에 일본에서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데, 비용이 비싸고 부작용이 심한데다 완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치매가 완치되는 날이 오기는 하려나.
▶️ 그러다 읽게 된 책. ≪치매를 이기는 뇌≫. 치매 전문의 아사다 다카시의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치매는 전 단계 ‘치매 그레이 존’을 반드시 거친다고 한다. 치매 그레이 존은 ’경도인지장애(MCI)’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어? 나 좀 이상한데?“하고 느끼는 구간이다.
의욕이 없고 귀찮다면, 뭔가를 깜박깜박하고 잘 잊어버린다면, 치매 그레이 존인지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라고 한다. 이 시기가 “치매 예방의 골든 타임”이라고.
🔎 설령 ’치매 그레이 존‘이라 진단 받았을지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그때부터라도 꾸준히 관리하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매 그레이 존을 벗어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렇다할 치료제는 아직 없지만, 잘 관리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니. 희망적인 소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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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이 ‘치매 예방의 교과서’라고 생각했다. 치매는 현재까진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으니, 그렇다면 치매가 뭔지, 치매에 걸리지 않는 생활 습관은 무엇인지, 내가 치매 그레이 존의 상태라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뭔지 알아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하나씩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 이 책에, 정상 노화와 치매 그레이 존을 구분하는 방법 / 치매 진행을 늦추는 대처법 / MCI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 치매의 7대 위험 인자 / 치매 그레이 존 환자를 지키는 가족을 향한 조언 등 치매 예방에 관한 내용이 골고루 알차게 담겨 있으니, 치매를 이기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면 좋겠다.
🔎 저자가 치매 전문의로서 오랜기간 경험했던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서, 치매라는 질병이 더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구체적인 도움과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을 펼친 독자라면, 만족스럽게 책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내 몸을 건강하게 잘 관리해야겠다’는 마음도 불러 일으키니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다. 삽화도 적절하고, 쉽고 재미있게 쓰였다는 것도 큰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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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이 치매의 치명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앞당긴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한다. 그러나 인간이 본래 사회적 동물로 지음 받아 타자와 관계 맺으며 사는 존재라는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