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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사의 선호:하는 책들
  • 불평등 이데올로기
  • 조돈문
  • 20,700원 (10%1,150)
  • 2024-06-27
  • : 1,857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불평등 체제로부터 혜택을 받는 사람과 피해를 입는 사람,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이 누리는 사람과 덜 누리는 사람, 남의 몫을 빼앗아 가는 사람과 자신의 몫을 빼앗기는 사람. 전자는 불평등 체제의 지배 세력이고 후자는 피지배 세력이다.❞ (머리말 / 31) 


조돈문 교수의 책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주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주장을 발전시켜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유행하는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수저 계급론’이 피케티의 ‘세습 자본주의론’과 유사하다는 것.


피케티는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야기하고 심화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그의 책 ≪21세기 자본≫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밝힌 바 있다. 이를테면, 경제가 성장할 때 국민소득 증가율보다 자산수익 증가율이 더 커지는 구조적 문제 같은 거. 이런 문제는 필연적으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불평등을 계속 재생산하며 대물림한다. 이를 한국의 수저 계급론에 대입하면, 금수저는 부를 계속 유지하면서 더 부자가 되지만 흙수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의 불평등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학자들에 의해 경고 되어왔고, 특히 마르크스에 의해 과학적인 데이터로 증명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피케티의 연구와 주장에 관심을 보인다. 아마 그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자로서, 보수 경제학 연구 방법으로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밝혀냈다는 것에 놀란 것일 터. 나 또한 그 점을 의아해 했고 신선하다 느꼈으니까.

저자는, 자본주의가 정점에 있던 시기에 불평등이 완화됐던 아이러니한 지점을 보면서 질문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하에도 불평등이 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런데도 왜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지 않고 불평등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건지.


마르크스가 인류 역사를 “계급 투쟁의 역사”로 보았다면 피케티는 여기에 이데올로기를 더한다. 인류 역사는 “이데올로기 투쟁과 정의 추구의 역사”라고.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주로 자본계급을 중심으로 한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이고, 평등 이데올로기는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한 ’피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이다. 그렇다면 불평등 체제는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평등 이데올로기와의 투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뜻이고, ‘피지배 세력‘이 ’지배 세력‘의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고 수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데올로기 지배‘라는 말이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에서 이데올로기 지배 현상을 꽤 흔히 발견할 수 있었다. 책에선 ’인국공‘(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태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저항한 ’촛불 항쟁‘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평등을 원하면서도 사유재산 하나 지키겠다고 불평등을 기조로 하는 대통령에 한 표를 던지는 모습만 봐도.


흥미로운 지점은, ’자본주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흔히 꺼냈던 ’자본주의vs사회주의‘라는 명제를 이 책에선 사용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4가지 시장경제 모델’로 다양하게 범주화 됨을 설명한다. ‘스칸디나비아형 사민주의 모델’부터 ’영미형 자유시장경제 모델’까지. 전자는 스웨덴이 대표적이고 가장 평등하며, 후자는 미국이 대표적이고 가장 불평등하다. 한국은 현 정부의 선호에 따라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그 결과 불평등을 정당화하면서 불공정에만 불만을 가지는 부조화를 갖게 됐다. 평등과 공정 모두를 놓쳐버렸다. 


불평등 체제가 완화될 수 있긴 한걸까? 소수의 고소득자가 다수의 저소득자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런 불평등 사태를 인지하면서도 왜 완화를 위해 투쟁하지 않는걸까? 지배계급의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왜 내면화하고 수용하고 있는걸까?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스웨덴으로 대표되는 스칸디나비아 모델에 주목한다. 국민의 조세 부담률은 높지만 정부가 현물 급여 방식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소득 재분배 효과로 불평등이 완화된 모델.

그리고 중요한 건 촛불 항쟁을 잊지 않는 것이다. 불평등과 불공정을 심판하기 위해 들었던 촛불. 비록 실패한 것처럼 보여 좌절스럽고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고 불평등과 불공정 체제에 분노하자고, 다시 한번 촛불을 들자고, 그랬을 때 비로소 희망의 내일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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