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불쾌하고 꿉꿉한 날씨,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하고 마음 한구석에서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날. 나 자신에게 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도 다정하기 힘든 요즘 같은 날에, 백수린 작가는 내 안부를 다정하게 묻는다. 너의 하루는 어떻냐고.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면서.
백수린 작가의 ≪다정한 매일매일≫은, 초판에서 두 편의 글을 새롭게 추가하여 개정판으로 이번에 다시 출간되었다. 작가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 끝에 새겨넣는 애정의 언어들이, 제목만큼이나 참 다정했다. 글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고 침잠했던 심연을 간지럽혔다. 한장씩 넘길 때마다 내 마음이 전보다 더 폭신해져 감을 느꼈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오븐에서 갓 나온 따끈하고 말랑한 식빵 같은 마음이 되어 있었다. 언제 불안정했냐는 듯이. 언제 서걱서걱 소리가 났냐는 듯이. 다정함이란 그런 것일까. 어떠한 일도 전혀 어떠하지 않게 만드는 힘 같은 거.
천천히 낭독하고 다이어리에 옮겨 적기도하면서, 문장과 문단, 글 하나 하나를 눈과 마음에 담았다. 글이 너무 좋았어서, 푹 스며들어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 이후로 그렇게 읽었던 책이 없었던 것 같은데.
곁들여 소개하는 빵과 문학 작품은 덤이다. 생트로페의 ’트로페지엔‘, 일본의 ’바움쿠헨’, 오스트리아의 ‘자허토르테’는 나중 언제라도 한번 먹어볼 수 있으려나. 무슨 맛일지 궁금하다. 마틴 슐레스케의 『가문비나무의 노래』와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은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에 추가했다. 기시 마사히코의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은 작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백수린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읽은 것 같아 반가웠다.
이번 산문집을 읽고 나는 백수린 작가의 팬이 되었다. 출판사와 약속한 리뷰 마감을 3일이나 넘겨버렸지만, 그래서 조바심이 났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인스턴트 음식처럼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한다. 빵을 만들 듯이.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오븐에 넣어 부풀기를 기다리듯이. 인스턴트 빵은 결코 흉내내지 못하는 따끈하고 신선하고 고소한 빵 맛을, 이 책에선 맛 볼 수 있을테니까.
나와 타인에게, 그리고 우리의 세상을 향해 한뼘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게하는 이 책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