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방이 막혀 있어 햇빛 한 줄기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돈사, 비좁은 철제 스톨에 갇혀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임신돈들, 파리 떼에 뒤덮여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어미 돼지들, 눈과 코를 마비시킬 정도의 지독한 악취가 진동하는 돈사에서 온몸이 분뇨로 덕지덕지 얼룩진 채 누워있는 돼지들.
(...) 나는 내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버렸다.” (38-39)
▶️ 나는 평소 육류를 즐겨 먹고 많이 먹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고기가 내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떻게 고기가 되었는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으니 동물의 삶에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자연스레 동물 복지도 나와 무관한 일이라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다. 그림이나 글로만이 아닌 ‘사진’으로보니 인간의 폭력성과 돼지의 고통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이제 나에게 고기 섭취를 줄이는 건 피할 수 없겠는데, 동물들이 고통받는 저 축산업은 어떻게 좀 바꿀 수 없을까. 아.. 인간이 이토록 잔인한 존재였단 말인가. 이 죗값을 어찌 다 감당하리오. 가장 마음이 아픈 건, 나도 공범이라는 사실이다.
▶️ 저자가 공개한 국내 현대식 양돈 농장의 사육 실태는 소름돋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했다. 돼지들은 그들의 행동, 습성, 감정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인간의 육류 소비량을 충족하기 위해서 ‘생산성의 극대화’에만 목적을 두고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방법으로 사육되고 있었다. 보다 최적화된 시설에서 영양소가 골고루 배합된 사료를 먹으며, 질병과 사고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 같지만, 실은 그조차도 동물의 복지와는 전혀 무관했던 것이다.
▶️ 임신돈이 좁은 케이지 안에 감금 되어 적은 양의 사료만 먹고, 본능을 억제 당한 채 최소한만 움직이는 모습. 생후 2-3일된 새끼 돼지들이 마취 없이 거세를 당하고 고통에 울부 짓는 모습. 꼬리가 잘린 모습. 사람을 경계하고 벽 쪽으로 우르르 도망가는 모습. 악취가 가득하며 쉬는 공간과 배설 공간이 전혀 분리 되지 않은 비육사에서 분뇨로 뒤범벅 되어 있는 모습… 이렇게 본능과 습성을 억압당한 동물은 질병으로부터 더 취약해지고, 이에 관리자는 항생제라는 값싸고 손쉬운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참담했다. 절로 찌푸려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먹은 고기는, 대부분 이렇게 사육된 고기일 것이다.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고기가 있긴 했을까. 나는 지금껏 동물복지 고기를 먹은 적이 한번도 없으니.
📍“활력이라고는 생길 수 없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그래서인지 비육사의 돼지들은 스톨에 갇혀 있지 않은데도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경우가 많았다.”(37)
▶️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동물복지 농장으로 당장 전환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거세를 하지 않아 웅취가 나는 수컷 돼지를 할인된 가격으로 유통하기, 임신사 개방형 스톨 사용 및 군사사육하기, 적절한 놀잇감을 제공해 ‘행동 표현 기회’ 높이기, ‘둥지 짓기 행동’을 위해 짚이나 슬링벨트 등의 물질 제공하기, 돼지가 쉴 곳과 쉬는 곳과 활동할 곳 분리해주기 등.
축산업과 관련된 농장 관리자들과 관계자들이 이 책에서 실제적 방법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 동물이 행복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인간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할 수 있다. 폭력적인 사육을 멈추고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나처럼 동물복지에 무지했던 사람을 깨우는 데 이 책이 잘 사용되기를 바란다.
📍“인간과 가축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환경에서 발생하는 해로운 요소들은 인간과 가축 모두의 건강을 위협한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과 관계한 주변 환경의 위협 요소를 함께 관리헤야 한다. 이에 사람, 가축, 환경을 하나의 순환 고리로 보는 개념인 ‘원헬스’가 범국가 차원에서 의료, 수의, 축산 분야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