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쇄를 찍는다고 한다. 이 책 너무 잘 읽었다. 2회독 했는데, 읽으면서 “이야. 좋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저자의 내공이 농축된, 엑기스 같은 책이었다. 중간사를 20년간 연구했다는 저자의 실력이 이 한 권에 꾹꾹 눌러 담겨 있는 듯하다.
연구의 깊이를 봐선 학술서인데 일반 성도 누구나 읽어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쓰인 걸 보면 대중서 같기도 하다. 진짜 실력은 잘 덜어내고 잘 다듬고 잘 풀어내는 데서 드러나는 법.
한 권은 선물 받았고 한 권은 샀다. 좋은 책은 돈 주고 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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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사’는 구약의 마지막 성경 말라기부터 신약의 첫번째 성경 마태복음 사이에 숨겨진 역사다. 우리는 종이 한 장을 넘길 뿐인데, 그 사이엔 약 500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 시기를 학술적으론 ’제2성전기‘라고 부른다.
저자는, 기간은 엄밀하게 ’주전 516년(제2성전 건립 이후)부터 주후 70년(성전 파괴)‘까지의 ’제2성전기‘로 하되 용어는 ‘중간사’라고 했다. 나는 이게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나니, 저자가 학술적인 접근보다 이 시기가 갖는 신학적 의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여전히 존재하시는가?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회복은 무엇인가?“ 중간사를 관통하는 질문 3가지. ‘하나님께 질문하고 응답을 받으며 회복을 경험하는 이 은혜’가, 비단 그 때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하나님은 그 때도 지금도 당신의 백성을 회복시키시는 분이라고 말이다.
▶️ 유대 문헌, 유물,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지금껏 듣도보도 못한 유대 문헌과 유물로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게 꽤 흥미로웠다. 나보니두스 연대기, 키루스 실린더, 베히스툰 비문, 아리스테아스 서신, 그리고 요세푸스의 저작들... 등등.
헨델의 음악으로 ‘마카비’를 연결해 보거나, 램브란트와 브뢰헬 등의 작품으로 당시 상황을 유추해 보는 것도 재밌었고..
마카비 전쟁과 유대 전쟁의 흐름 위에서 신약시대 인물들을 조명한 것, 헤롯 가계도나 유대교 세 종파(에세네파, 사두개파, 바리새파) 특징 비교 등 궁금할 내용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 것도 유익했다.
▶️ 신약 성경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진공상태에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제2성전기‘라 불리는 ’신구약 중간사‘를 통과한 이야기다.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 교회, 소망’ 같은 어휘들이 그 시대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걸 알면, 우리가 이 시기를 공부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중간사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 박양규의 ≪중간사 수업≫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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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종교 지도자들과 귀족들의 성향은 신약 시대와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들은 셀레우코스 왕조를 의지했고, 신약 시대에는 로마를 의지했다는 점입니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일제강점기에도, 그리고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도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114
📍“예수님 시대가 마카비 전쟁으로부터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면, 복음서가 기록되고 초기 기독교가 형성된 시기는 유대 전쟁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