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인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인생의 철학을 알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에 대하여 우리 시대의 철학자는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여느 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생의 조언을 해주고 있다.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는 진리의 모습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분의 말투나 글의 억양은 좀 직설적이다. 책 표지에서 보이는 쇼펜하우어의 고집스러우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강해보이는 모습이 글에서도 보였다. 그러다보니 이해하기는 쉽기도 했다. 왜냐면 해라, 하지마라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헤겔과 같은 철학자들을 싫어하다보니 그들을 대놓고 비판하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대학에서 교수라는 직책만 내세우며 정작 연구를 하지 않은 학자들의 모습이 매우 꼴보기 싫어던 모양이기도 하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운명을 가르는 기본 인생 자산을 세가지로 보았는데 첫째는 '인간을 이루는 것'으로 인격을 의미한다. 사람이 갖고 있는 특성으로 변하지 않은 것으로 건강, 아름다움, 기질, 도덕성 등을 말하고 있다. 둘째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이다. 소유의 개념을 말한다. 세째는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명예, 명성 등을 말하는 것으로 남이 나를 평가해주기도 하고, 남의 평가를 받고 싶어하면서 거기에 좌우 되는 모습을 말하고 있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려면 건강을 지키면서 밝게 살아야하고 지적인 것으로 내면을 채우면서 내안을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남들이 뭐라한들 흔들리지 않고 나의 행복은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인생론을 펼치고 있는데 이제 중년에 접어든 나이가 되다보니 이 부분이 마음에 많이 들어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예전 젊었을 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짐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본인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젊음은 열정으로 살아가지만 노년이 되면 안정적인 인생을 살게 되면서 평정심을 갖게 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그리고 죽음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두려워 하지말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갈것을 말하고 있다.
인생이란 고난과 고통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내게 덜 불행한 것에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은 불행한 것에 더 크게 느끼게 마련인데 어차피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거 불행을 줄이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불교 사상과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에서도 삶은 고통이라고 하지 않은가 말이다.
뒤부분에서 독서에 관하여 철학자는 너무 많은 책을 읽지 말라고 하고 있다. 독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독서를 스프링 위에 책을 올려두는 것으로 비유하며 그렇게 하면 스프링이 탄성을 잃어 버리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게 되어서 남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 들이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좋은 책은 꼭 두번 읽을 것을 강조하고, 옛 고전 읽기를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문학과 예술, 역사를 권하기도 한다. 생각하지 않는 독서와 새로 출판 된 책만 읽는 행위, 검증되지 않은 작가가 쓴 책들은 읽지 말라고 다소 과감한 언어 표현도 마다 하지 않는다. 아마 같이 근무했던 대학의 교수들을 비판하려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좀 꼬장꼬장한 어르신께서 옆에서 인생은 너 자신을 독서로 지적인 것을 채우며 단단하게 만들면서 살아가라고 조언해주시는데 뭐라 반박할 수 없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렇게 말해주었는데도 허투르게 시간을 보내며 살면 옆에서 보시고 뭐라고 마구 혼낼 것만 같은 분위기다. 아마 쇼펜하우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일것이다. 요새 주변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고 혼자서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쇼펜하우어님께서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너 자신에 더 집중하라고 말해주는 듯해서 용기가 생겼고 위안도 얻었다. 살다가 인생이 꼬이면 챕터별로 나눠져 있는 곳을 펼쳐서 읽어보며 나를 다 잡아보는 양서로 나의 책장에 자리 잡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