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헤르만 헤세의 잠언집을 하루에 한 장씩 필사해 본적이 있었다. 그때 좋은 글귀를 아침마다 한 장씩 쓰면서 마음이 평화로와지는 경험을 했다. 잠언집 필사가 지난 달에 끝나자 계속 명언을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책을 찾고 있었던 중 미꽃체 필사노트를 만나게 되었다. 이쁜 글씨체인 미꽃체를 연습도 하며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적격인 책이면서 노트였다.
이 책은 미꽃샘의 최근 신작인 ‘NEW 미꽃체 손글씨'와 함께 발간 된 책인데 미꽃체의 연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꽃체를 필사하게 되어서 잘 연습이 안된 상태에서 쓰려니 좀 지면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왕이면 이쁜 미꽃체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글귀를 대하는 것이니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필사노트는 4챕터로 구성되어있는데 나는 꽃, 너는 꽃, 시들지 않는 꽃, 그대라는 꽃으로 미꽃체와 어울리는 꽃시리즈로 나누어져있다. 꽃에 어울리게 모두 아름다운 시들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와 미꽃체가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이지만 미꽃체로 만나는 시는 딱딱한 인쇄체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는 것같다. 한번 읽어보고 다시 또 한번 읽어보며,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쓰면서 꼽씹어 보니, 아름다운 명시는 마음을 움직이는 것뿐아니라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도 갖게 만든다. 아마 그냥 휘리릭~ 써버렸다면 느껴보지 못할 느낌과 마음가짐일 것이다. 하나 하나 필사해가면서 나만의 미꽃체로 다시 태어나는 명시와 명언들이 꽃으로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오롯이 그 의미를 새기며 나를 일깨워 준다.
미꽃샘은 여기 문장들을 만년필로 썼던 모양인지 잉크의 농담도 보이고, 아주 약간은 삐뚤거리는 글씨들도 보여서 좀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글씨들이 나한테는 좀 작은 듯해서 아쉬웠다. 아직 미꽃체가 완성이 안되어서인지 작은 글씨로 쓰기가 좀 힘들었다. 그리고 노안으로 잘 안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전부 좋은 글귀만을 모아 놓은 것보다는 좀 유머있고 위트있는 문장들도 있었으면 어땠을까하기도 했다. 이환천 시인의 체중계 같은 시처럼 좀 재미있는 문장이나 화장실 낙서같은 정곡을 찌르는 글귀도 있었으면 필사하면서 피식하며 웃을 수 있어서 재미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아침마다 명언, 명시들을 필사할 수 있게 되어 다시 명상하는 마음으로 펜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미꽃체 필사노트를 쓰면서 글씨만 이뻐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차분해지고 평화로와 지기를 바래본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