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을 앞둔 어지러운 상황 속에 놓인 도자기장을 둘러싼 4 남녀의 불행한 삶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흐름은 빠르고, 늘 고난의 연속이며, 그리고 각 장면들은 상상할 수 있도록 잘 설명 되어져있다. 4명 남녀주인공의 엇갈린 운명과 꼬여버린 사랑은 마치 드라마의 한부분을 보는 듯하기도 하였는데 작가노트를 읽어보니 사극으로 하려고 하다가 먼저 소설로 정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크린처럼 장면이 잘그려지고 매번 갈등 구조가 잘 나타나있어 10부작 시니라오를 보는듯했다. 4인의 얼기설기 얽힌 인연은 드라마의 기본 구조라 생각하며 볼 수 있지만 마지막의 배다른 형제라는 한국 드라마의 반복된 소재를 다루어서 마지막엔 좀 힘이 빠지긴하였다.
도자기 빚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도경은 사랑하는 연주때문에 늘 위험에 빠진다. 연주는 양반가 수양딸로 들어갔다가 술집에 팔리고 마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연인이다. 늘 자신보다 앞선 도경의 도자기 기술에 시기 질투하며 도경을 항상 위험에 빠뜨리게 만드는 야비한 인물 요시다. 그리고 요시다가 사랑하지만 자신보다는 도경을 더 사랑하며 도경 만을 바라보는 아오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다.
도경은 도자기때문에 한국에서 중국 경덕진, 일본까지 가게 되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의지는 없다. 자신의 사랑하는 연주를 위하여 그녀를 도와주다 위험에 빠져서 하는 수없이 가게 되거나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도경은 늘 연주로 인해 위험에 빠져서 두들겨 맞고 옥에 갇히며 삶에 의지가 없이 살아간다. 초반에 싸움도 잘하는 건장한 청년이 매번 맞기만하는 것과 도자기장인으로서 도자기 만들기에 의지가 없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자신은 재능은 있지만 사랑만을 위해서 살뿐 도자기를 위해서 도경이 하는 일은 없다. 황제에게 극찬을 받을 정도의 재주를 갖추었는데 그냥 사랑 하나만을 위해서 쫓는 삶을 사는것이 이해가 좀 어려웠다.
그런 그가 그냥 마구 만든 막사발이 일본에선 최고 대우를 받는 이도다완이라는 것이 일본을 한대 먹인듯 해서 좀 통쾌하긴 했지만 그래도 사기장이라면 좀 고민하면서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불리운다는 말과 우리 막사발에 일본인들이 환장한다는 말에 이도다완을 검색해보았다. 정말 그냥 막사발이다. 막걸리 마시고, 밥 비벼먹고, 개밥그릇으로 사용한다는 그 막사발말이다.
그 다완으로 일본인들은 차를 타서 형제라는 의미로 함께 차를 돌려 마신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차문화가 없다보니 그냥 막그릇으로 사용하는데 다완으로 일본에서 호강을 누리고 있다니 우리가 한수위구나를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임란때 많이 끌려간 도자기장인들이 일본을 도자기 강국으로 만들어주었는데 그 때 고생하기만 했던 그분들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전 '서양식기의 세계'라는 일본인이 쓴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조선의 사기장 이장평 이름이 한줄 거론되어있었는데 이것이 번역자가 넣은 것인지 일본인 저자가 넣은것인지 알수가 없었지만 일본의 도자기의 시작은 한국이라는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너무 막사발이라서인지 한국에서 그것을 만드는 장인이 없다고 한다. 일본에 빼앗긴듯한 막사발이지만 앞으로 일본에 우리의 것이 빼앗기지 않고 잘 보존되고 연구되길 바란다.
작가의 바램대로 내용을 더 보충한 후 나중에 사극 드라마로 나오게 된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TV 앞에 앉게 될거 같다.